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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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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3일 밤(현지시간) 미 LA(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소속 경찰관들이 고속도로를 시속 1백81㎞로 질주하던 승용차를 저지,LA 근교 레이크뷰테라스에서 운전자 로드니 킹(당시 27세)을 끌어내 집단구타했다. 경찰은 다음날 킹이 경찰의 제지에 반항,정당하게 체포했다고 보고했으나 이는 거짓임이 곧 드러났다. ◆사건당시 현장부근에 살던 조지 할리데이라는 시민이 구타상황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TV를 통해 온세상에 방영된 것이다. 4명의 백인경찰이 흑인 킹을 81초동안 56회나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되자 미국 국민들은 경악했고,10개월뒤 이들 폭행경찰관에게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자 흑인들이 흥분,끔찍한 LA 폭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지난 10일 하오 4시께 경기도 가평군 상면 덕원리에서 대한성인장애자복지회 소속 회원 30여명이 야시장 개설을 위해 무허가건물을 세우다가 이를 철거하려던 군청 직원들과 충돌을 빚었다. 문제는 철거에 나선 공무원들이 일부 장애인을 폭행하는 장면이 한 시민의 비디오카메라에 잡혔고 이 테이프가 23일 밤 TV뉴스에 방영되어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장애인들을 땅에 뉘인채 폭행하는 장면이 너무나 생생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경위가 어떠했든간에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을 저토록 구타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마치 무법천지와 같은 상황으로 보였던 것이다. 경찰측은 처음 장애인 김충겸씨(38)만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일어난데 이어 김영삼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검찰은 폭행에 가담했던 청원경찰 정수훈씨를 구속하고 내무부는 정종흔 가평군수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한 시민의 비디오 고발이 없었다면 관의 논리대로 장애인들에게 「불법과 폭력」을 모두 뒤집어 씌웠을 것이 틀림없다. 이 사건은 「대변화와 개혁시대」에 일부지방 관서의 인권경시 자세와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어떻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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