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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계좌」 추적 법제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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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계좌」 추적 법제화(사설)

입력
199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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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의 빠른 정착과 후유증 극복이 초미의 관심사인 이때 감사원이 영장없는 공직자 예금조사 등을 명문화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총무처로 보냈다. 정부 발의형식으로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감사원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우려를 갖는다.나라의 개혁을 위해 성역없는 사정이 필요하고 감사원이 사정담당 중추기관의 하나로 성과를 보여온 사실을 결코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기에 감사원 고유의 위상확립과 바람직한 기능정착을 국민과 더불어 기대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감사원이 감사권과 감사대상을 대폭 확대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일단 그 의욕은 살만하다해도 다른 한편의 의아스럽다는 느낌마저 주는 일이다. 당장 실명제 정착의 관건중 하나가 개인의 예금비밀보장인데,이럴때 그런 과잉의욕을 펴보여 득될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실명제 전격실시로 금융거래 노출을 기피하려는 불안심리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법관의 영장없이도 의혹계좌를 추적하겠다는 것이니 시대적 흐름을 맞지 않는 발상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인 것이다. 감사의 편의만을 앞세우다 국가적 대사의 성공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너무 아쉽다 하겠다.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라는게 개혁과 사정뿐이라는 식의 발상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자유민주국가의 근본은 국민기본권의 보장과 법에 의한 지배인데,그 원칙이 과거 멋대로 침해됐었고 새 시대에 와서조차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사정과정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인 예금계좌를 포함한 사생활은 법관의 영장없이 당국 뜻대로 파헤쳐졌다. 당국은 부조리 척결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을수록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국민의 역겨움도 크게 자라왔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은 사정기관일수록 권한강화보다는 기존의 법을 앞장서 지키는 겸허함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법질서 확립과 국민의 자유 및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정이 정도이지,사정을 위한 사정의 타성은 이제 버려야 할 시점인 것이다.

또 달리 지적할 것은 현행 법절차로도 예금계좌 추적 등의 감사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절차가 번거롭다고 헌법정신을 넘어서 거침없는 계좌추적을 무리하게 추진할 때 국민적 불만은 물론이고 또다른 사정중추인 사법기관과도 마찰을 빚게 될 우려가 있다.

결국 감사원이나 정부당국은 이처럼 실명제 정착이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는 법개정 추진은 재고하는게 마땅하다. 개혁이나 사정이 아무리 선이어도 불안이 거듭 쌓여서는 나라장래에 득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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