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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어도 금리상승” 바짝 긴장/실명제 적응 안간힘… 금융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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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어도 금리상승” 바짝 긴장/실명제 적응 안간힘… 금융가 표정

입력
199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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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장기대출 꺼려 기업들 큰 불만/회사채 거래 격감… 지급보증도 기피○“불안심리 제거해야”

○…실명제 실시이후 모두 8천9백억여원의 현금통화가 풀렸는데도 대표적 실세금리 지표인 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24일 14%대를 돌파,실명제 직전인 12일의 13.55%보다 0.5% 포인트나 상승하면서 1·26 규제금리 인하조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자 금융기관들은 「과잉통화 고금리」의 불안한 자금시장 상황이 실명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

통화당국은 금리상승의 가장 큰 이유를 『실명제 이후 풀린 돈의 상당부분이 유통되지 못하고 개인금고속에 현금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라며 『금융기관들이 향후 자금수급 사정을 감안,장기 자금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도 금리를 치솟게 하는 큰 원인중의 하나』라고 분석.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민경제 곳곳에 깔려있는 실명제 불안심리를 제거하지 않은채 단순한 통화공급 확대만으로 자금시장의 이상기류를 걷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대두.

한편 지난 주말 무려 3천3백46억원이나 증가해 무더기 현금인출사태의 우려를 자아냈던 시중현금통화는 23일 5백억원이 감소,평상시 「주말 증가 주초 감소」의 양상으로 복귀했는데 은행창구에서는 『당분간 현금 대량인출 파동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반응.

○자금수급 예측 불허

○…실명제 실시이후 예금감소와 거액고객 이탈,채권발행 격감 등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은 추석과 실명제 전환 의무기간 마감을 앞두고 향후 자금수급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가급적 장기대출을 기피하고 6개월 이하 단기융자에 치중하는 등 실명제 이후 경영전략 수립에 안간힘.

일부 은행들은 특히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하반기 2단계 금리자유화를 앞둔 시점에서 6개월 이상 장기대출을 늘릴 경우 대출금리 조건변경을 둘러싼 기업 및 일반고객들과 마찰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아래 일선 점포에서 『신규대출의 경우 가급적 6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은행 관계자는 『실명제 실시로 꺾기가 불가능해진데다 돌발적인 예금감소 및 대량자금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에 1.5∼2%의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은행으로서도 신규 장기대출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의 입장을 설명.

그러나 기업들은 『실명제 실시로 사채시장 거래가 중단돼 가뜩이나 자금융통이 어려운 판에 은행마저 대출을 꺼린다면 우린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

○중소 상장사 부도설

○…주가가 이틀째 하락하고 주식을 사기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고객예탁금 증가세도 금주들어 눈에 띄게 정체되자 증권사각 객장에는 『주가추이를 보고 투자방향을 결정하자』는 관망분위기가 확산. 특히 3∼4개 중소상장기업이 자금난에 몰려 부도가 날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추격매수」는 곤란하다. 오히려 재무구조가 취약해 부도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의 주식은 매각해야겠다. 매수여부는 당분간 장세를 지켜보며 결정해야겠다』는 반응.

주식 전문가들은 『예탁금 증가세의 둔화로 보아 자금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오는 금융장세는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조정국면」(주가가 소폭하락하는 약세국면을 말하는데 증권 관계자들은 관행상 하락이란 말대신 조정이란 표현을 쓴다)이 불가피하다』고 전망.

○회사채 수익률 14%대

○…채권시장은 「실명제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자금 압박,실세금리 상승 등 우려했던 현상들이 속출.

특히 중소기업들은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대로 받지 못해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기관에서 지급보증을 받으면 곧바로 회사채를 발행,양질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으나 회사채 거래가 격감한데다 지급보증까지 받을 수 없어 자금난이 가중.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이미 지급보증 의무비율을 채웠다. 구태여 실명제이후 자금난으로 부도가능성이 높아진 중소기업의 지급보증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 7월말 현재 8대 증권사의 경우 1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가 의무비율(전체 지급보증 10% 이상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라는 규정)을 채웠고 올해 지급보증업무를 인가받은 16개사도 3개사를 제외하고는 의무비율의 절반정도를 달성한 상태.

한편 대표적인 시중실세금리 지표인 회사채 수익률도 「팔자」는 많고 「사자」는 적어 24일 현재 올들어 최고치인 연 14.05%까지 상승.

○CD 다량덤핑 소문

○…여수신 실적에서 별다른 변동이 없는 단자사는 창구를 찾아온 손님들중 간간이 실명제에 대한 불만이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J투자금융 영업창구에 찾아온 40대 주부는 『지금까지 모든 예금거래를 내 이름으로 해왔는제 이제와서 남편 이름으로 바꾸면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느냐』며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 또다른 60대 고객은 『차명거래는 절세차원에서 일반적으로 해왔던 관행』이라며 『이 정도는 인정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는 바람에 창구직원이 곤욕을 겪기도.

이날 단자사 창구에는 신분노출을 피하려는 큰손들이 CD(양도성 예금증서) 덤핑물량을 다량으로 내놓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실제로 금융기관 창구에는 이러한 물량이 나온 흔적은 없었다. D투자금융에는 이날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한 고객으로부터 『최고 50%까지 할인된 덤핑 CD가 많이 나온다는데 물량이 있으면 사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단자사 관계자는 『CD 덤핑물량이 나온다는 얘기는 여러차례 들었지만 실제로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일부 그런 거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체 CD 유통물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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