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급증… 상호 통상정책엔 이견/막연한 접근 앞서 장기전략 세워야북경이나 상해 등지에서 만난 중국정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첫 인사는 「펑요유(붕우)」다. 경제관계자들을 만나면 이 인사는 한단계 발전한다. 『하오펑요우(호붕우)와 앞으로 더욱 좋은 관계를 정착시켜 나가자』
중국 사람은 친구를 펑요우라고 하고 아주 친숙한 사람에게는 하오펑요우라는 말을 사용한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펑요우이며 중국 경제인들에게 하오펑요우라는 얘기다.
한중 양국이 수교를 맺은후 양국엔 정치 경제 사회적인 큰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의 양국관계는 중국인의 표현대로 하오평요우로 자리잡아나가고 있다. 양국 경제인의 교류가 빈번해졌고 중국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부상했으며 우리 기업의 최대 투자대상국으로 발전했다. 수교이후 두나라는 「좋은 경제이웃」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것이다.
이념을 버리고 경제를 택한 양국이 수교한후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경제적인 변화는 양국에 「한국붐」 「중국붐」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수교직후 30여명의 재벌총수들이 중국을 찾아 경제협력 가능성을 직접 타진했고 올들어서만 지난 7개월동안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기업인은 줄잡아 1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정부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 상반기동안 각 성이나 중앙정부의 부급 이상 간부로 구성된 30여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고 각 청과 국단위 간부가 이끈 중국의 한국시찰단 수도 60개를 넘어 이 기간중 한국을 찾은 중국 경제인은 1천1백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양국에 각종 협의체나 지사도 우후죽순격으로 늘었다. 중국에 설치된 한국기업의 지사는 현재 32개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한국에 설치한 중국기업과 기관의 지사와 사무소도 20여개에 이른다.
수교이후 숫자로 뒷받침되는 변화는 교역과 자투다.
지난해까지 연간 50%대의 신장률을 보이던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올들어 지난 상반기동안 무려 143.1% 늘었고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투자는 85년 첫 진출이후 지난 91년까지 1백16건에서 지난해에는 1백71건,올들어 지난 5월까지 한국은행이 집계한 대중국투자 허가건수는 2백1건에 달한다. 이 기간중 우리 기업들이 실시한 해외투자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저임금 업종의 해외이전 등 산업구조 조정을 모색중인 우리 기업 입장에서 중국은 새로운 대체시장,구조조정 대상국으로 급격히 부상했다.
그러나 양국 경제관계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호국재부사장은 『한국정부가 각종 중국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조치를 계속 내리고 있다.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덤핑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한국의 통상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항공협정 등 일부 정부간 협정도 양국의 이견으로 쉽사리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중국정부가 수입대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않은 중국 기업의 수입을 허가하지 않자 물건을 실어내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금을 은행에 넣지 않고 변칙적으로 수입해온 중국 기업과의 거래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북경무역관의 최중원과장은 『일본 등 다른나라 기업들은 중국의 정책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응했으나 우리 기업들만 변하고 있는 중국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된 현상』이라고 밝혔다.
수교 1년을 맞는 우리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대중국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개방의 대세를 따르면서도 사회주의체제 만큼은 고수하려는 중국이다.
더욱이 최근들어 중국은 지금까지 취해온 개방일변도의 경제정책에 대한 일대 수술에 나섰다. 상해 무역관 이준용관장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 중국이 하오펑요우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신발 한켤레씩만 팔아도 11억켤레를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기업이다. 지난 1년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의 새로운 대응을 촉구했다.<북경=이종재기자>북경=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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