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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사태 없다” 긴장속 안도/실명제 열흘… 중소기업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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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사태 없다” 긴장속 안도/실명제 열흘… 중소기업 표정

입력
199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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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대신 어음결제 늘어 다소 고전/“은행 지원시책 제대로 안 지켜” 불만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중소기업의 연쇄 부도사태 등 중소기업계가 심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명제 실시 열흘간 연쇄 부도사태가 표면화되지 않는 등 중소기업이 받은 충격은 예상보다 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월말과 추석자금 성수기가 되면 사채시장 마비,금융기관 경색 등으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실명제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명제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시책들이 일선 금융기관 창구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높다.

○“계획대로 투자” 92%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1일 실명제 실시이후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실태조사를 중간집계한 결과 9백39개 조사대상업체 가운데 당초의 투자계획을 변함없이 실시하겠다는 업체가 92.1% 8백14개에 달한 반면,중단하겠다는 응답이 1.1%(10개 업체),관망자세를 취한 업체는 6.8%(60개)에 그쳤다. 앞으로의 자금애로사항에 대해서도 54.3%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들 업체들은 중진공의 구조개선 사업자금 지원대상인 중견 중소기업들로 실명제 실시로 인한 충격이 영세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사채시장서 소액거래

○…종업원 20명 이하 영세중소기업들은 고질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사채가 대부분 친척·계 등 친분관계에 기초한 것인데다 소액 사채시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어 실명제로 인한 부도사태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인천에서 직원 10명 규모의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20일 물품대금으로 받은 7백만원짜리 어음을 평소 거래하던 사채업자에게 할인했다.

서울 구로공단에서 자동차부품 재하청업을 하는 김모사장은 『대부분 친분관계를 이용해 사채를 빌려쓰고 어음을 할인해왔기 때문에 당장은 그럭저럭 자금을 끌어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액전주들은 실명제 실시이후에도 어음 맞교환 등의 수단을 통해 어느 정도는 현금을 동원하고 있어 영세업자들의 소액어음(쪼가리어음) 거래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결제기일도 늦춰져

○…모기업들이 중소하청업체에 대금을 결제하면서 지금까지 현금 결제를 해오던 것도 실명제 실시를 이유로 어음결제로 바꾸고 결제기일도 늦추고 사례가 급증,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구로공단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S기계 김모사장은 실명제 이전까지는 납품대금 가운데 평균 3분의 1 정도는 현금으로 결제해왔으나 20일 모기업으로부터 앞으로는 1백만원 이하만 현금으로 결제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역시 구로공단 K기계 이모이사는 『보통 3개월짜리 어음으로 납품대금을 받아왔는데 중견기업인 모기업이 19일 부품대금 6백만원을 5개월짜리 어음으로 주면서 「이해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진공 실명제 대책반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업실태 조사에서도 대부분 업체들이 현금결제가 줄어들고 어음결제기일이 길어지는데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중진공은 밝혔다.

○까다로워 대출포기

○…자금난을 겪고 있는 종업원 20인 이하 영세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16일 2천억원(제조업체당 5천만원,비제조업체당 3천만원 한도)을 긴급 지원키로 한 대책이 일선 은행창구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여전히 현실적으로 영세기업들에 자금이 돌아갈 수 없도록 돼있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전에서 건축자재업을 하는 성모씨는 21일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으나 20인 이하 업체임을 증명하기 위한 소득세 원천징수 집계표와 부가세 공급가액 증명원 등의 서류를 제출하라는 말에 대출을 포기해야 했다. 성씨는 『장부는 제대로 작성할 능력이 있는 영세업체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채모씨(경기 의정부시·건축자재업)는 20일 신용보증기금에 위탁보증을 신청했으나 매출규모가 기준에 미달돼 보증을 설 수 없다는 응답을 들었다. 채씨는 『정부가 매출액과 관계없이 위탁보증을 서 주도록 했지 않느냐』고 따졌으나 담당직원은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채씨는 기준이라도 밝혀줄 것을 요구했으나 역시 거절당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실명제 지지도 92%

○…기협중앙회가 1백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계 의견조사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81.7%가 5개월 이내에 실명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금융실명제 자체에 대한 지지도는 91.7%로 높게 나타나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실명제에 대해 높은 지지와 낙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응답자 가운데 실명제의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16.6%에 그쳐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실명제 홍보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영했다.<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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