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농민 시장경제 참여 유도 온힘모택동의 생가로 가는 길목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하예금씨(30) 부부는 요즘 하루 하루가 즐겁다. 그렇게 힘들일 것도 없이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이다. 3살짜리 아들을 부모에게 맡겨놓고 지난해말 돈벌이에 나선 하씨 부부는 요즘 월수입은 최소 7백원이다. 식당에서 5㎞ 가량 떨어진 시골에서 뼈빠지게 일해 한달에 겨우 1백원도 못벌던 부부다.
향정부에 내고 있는 연간 3천4백원의 임대료를 제외하더라도 월 최소 5백원은 고스란히 거머쥔다. 식당일에 여유가 있어 농번기에는 논 3·3모(우리나라의 3마지기 정도)를 짓고 있는 부모를 돕기도 한다. 하씨는 『우리 마을에 있는 1천여명중 2백명 가량은 돈벌기 위해 최근 고향을 떠났다』고 말했다.
하씨 부부처럼 고향을 등지고 돈벌이에 나선 농민은 하씨가 살고 있는 호남성의 5천만 농민중 1백75만명이라는 것이 성정부의 통계다. 중국 경제체제개혁위원회 강춘택 부사장은 『지금까지 도시로 떠난 중국 전체농민은 1천만명』이라고 했으나 북경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언론들은 지난 10년 사이에 4천만명이 농촌을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향을 등지는 중국 농민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돈이 해안으로,도시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상위급 농민의 소득은 연 1천원이고 동부지방은 6백95원,서부지역 농민소득은 6백5원이라고 밝혔다. 도시민 전체평균 1천8백원의 절반에도 못미치고,중국정부도 정확히 어림할 수 없다는 광동성 등 개방구지역의 소득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 이유는 개방초기 중국정부가 농촌에 투입했던 돈과 정책을 개방구로 돌려놨기 때문이다. 개방초기 중국정부는 국가예산의 10% 이상을 농촌에 투입했으나 85년 이후 예산이 3%대로 떨어져 농촌의 수리시설이나 기계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대신 올들어서만 화학비료는 20%,농기계에 쓰이는 경유는 지난해말보다 두배나 오르는 등 농가의 생산원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농산물 대금을 현금대신 바이타이(백조)라는 백지어음으로 지불하고,외지에서 송금된 돈을 정부가 지불하지 않는 현상(녹조)까지 빚어지고 있다. 사회간접시설 구축이 시급한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도농간의 빈부차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들어서는 백조 녹조와 각종 부담금에 불만을 가진 농민의 소요까지 일어나고 있다. 중국정부는 농민소요에 대해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홍콩언론들은 농민들의 집단소요나 지방정부에 대한 청원건수가 지난해에만 1백70회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농민은 대략 10억명.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체제의 위험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해안과 도시에 집중됐던 중국의 개혁정책은 현재 농촌에 모아지고 있다.
『농촌개혁을 통해 10억 농민들이 시장경제에 참여토록 하는 계획을 실시중이다. 땅의 소유는 국가,경영은 개인이 하도록 하는 승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농업과 공업을 병행 발전시키기 위한 각종 제도로 도입했다』 농촌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중앙정부의 경제체제 개혁위원회(체개위) 강 부사장은 농지소유와 시장가격의 개혁,향진기업,개체호의 과감한 허용 등이 그 골자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농촌개혁정책중 눈에 띄는 것은 향진기업이다. 농촌에 공장을 지어 농민이 부수입을 얻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체개위의 강 부사장은 이 제도로 「땅을 떠나도 고향을 떠나지 않는」 중국 농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향진기업은 현재 중국 전역에 1천9백만개이고 중국정부는 금융 세제면에서 이들 향진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결국 사람은 도시로,공장은 시골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향진기업 정책은 아직 시험단계이나 일찌감치 농촌에 공장을 지어 결국 향진기업 형태로 변한 상당수 기업들은 이제 자리를 탄탄하게 굳히고 있다. 호남성에서 신발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희상씨(46)가 한 예다.
이씨는 85년 2천원을 갖고 사업을 시작해 최근들어 취해진 정부의 지원과 경기호황에 힘입어 현재는 1천만원의 고정자산을 갖고 있는 호남성이 부호로 자리잡았다. 8백명 종업원의 80%는 인근 농민의 가족이며 이들은 집에서 출퇴근하고 농번기에는 아예 출근하지 않고 봉사일을 거든다.
중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 농촌개혁의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농촌에 눈을 본격적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이미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농촌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향진기업과 같은 농공단지 정책을 폈으나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주의의 땅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촌개혁은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현주소를 새롭게 환기시키고 있다.<북경=이종재기자>북경=이종재기자>
□특별취재단
▲박찬식부국장(단장)
▲유동희 북경특파원
▲이종재 경제부기자
▲고태성 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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