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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비용보다 효율 우선”/기존시설 사용방침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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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비용보다 효율 우선”/기존시설 사용방침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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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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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역 없으면 승객혼잡 초래/지하선로 설치 소음도 줄여야「단군이래 최대 공사」인 경부고속철도의 차량형식 결정을 계기로 정부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지난달 서울 등 주요역의 고속전철 전용역 및 선로건설계획을 바꿔 기존시설을 사용키로 한 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변경을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고속철도의 장기적 효율 극대화를 외면한 근시안적 미봉책』이라고 지적,정부의 신중한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당초 고속철도건설 기본계획을 작성하면서 고속철도의 본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시발역인 서울과 대전·대구역 등 3곳에 전용역 및 선로를 새로 건설키로 했었다.

서울역의 경우 안양에서부터 지하로 전용선로를 부설하고 역사도 지하에 새로 지어 기존 서울역과는 지하통로를 통해 연결할 계획이었다. 이는 초고속으로 운행되는 고속전철이 지상의 기존 곡선선로를 따라 도심을 지나는 것을 피해 고속철도의 효율을 살리는 동시에 주변 인구조밀지역과 기존역 주변에 소음공해와 교통밀집현상 등을 야기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이에따라 대전에도 기존 대전역을 전후한 18.5㎞ 구간을 지하로 건설하고 대구 역시 지하선로와 동대구역 부근에 지하역을 새로 만들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14일 이같은 기존계획을 폐기,3곳 모두 지상의 기존역과 선로를 사용키로 결정했다. 이 경우 1조1천7백여원의 막대한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 고속철도건설공단측의 설명이다.

93년 가격기준으로 고속철도의 총공사비가 10조7천여억원이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10%에 가까운 투자비 절감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예산을 아끼자』는 정부의 이같은 계획변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투자비만 생각한 미봉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역과 선로를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너무나 많아 다소 투자비가 늘어나고 공사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처음부터 고속철도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완벽한 건설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역 및 선로사용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존역에 집중될 이용승객의 포화현상이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등은 이용승객이 현재보다 2∼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하루평균 10만명이 철도를 이용하는 서울역은 추석 및 설날 연휴때의 15만명선보다 많은 20만명,그리고 동대구 및 대전역도 현재보다 2배나 많은 6만∼8만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기존역이 승객 수용시설을 어느 정도 늘리더라도 극심한 혼잡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또 주변 지상교통량도 처리한계를 초과,도심 교통마비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고속철도가 도시주변 지상을 운행할 경우 기존 철도와 함께 소음공해를 한층 가중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고속철도역은 시외곽에 두거나 도심지하에 건설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계획수정을 2002년 개통을 위한 「비상수단」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2002년이후 원래 계획했던 남서울­서울간 새로운 선로건설과 서울역­수색차량 기지간의 연결선로 건설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2001년에는 남서울역을 새로 짓더라도 하루 5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철도 이용승객을 모두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역이나 동대구 등에 고속철도 전용 역사를 짓지 않고는 고속철도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차량과 승객 과밀현상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임시 방편으로 기존역을 증축해 사용하다가 얼마가지 않아 모든 시설을 뜯어내고 다시 전용역과 선로 등을 건설하는 낭비를 미리 막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10년뒤에 전용선로 및 역사를 짓는 것은 주변 토지수용 및 건설에 지금보다 훨씬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란 점을 지적,장기적 안목을 갖고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자재원 부족」을 내세우고 있는데 대해 『민자를 적극 유치해서라도 전용역과 지하선로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들은 고속전철(TGV) 선발국인 프랑스가 파리근교에 샤를드골 신공항을 건설하면서 지하 고속철도역도 함께 지어 항공교통과의 연계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을 들어 고속철도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미리 각종 건설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하고 있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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