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기등 내년 적자 전망/해외 생산이전등 앞당겨 실행『도요타자동차도 내년 상반기에는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38년만의 정권교체의 소용돌이속에서 불현듯 찾아온 1달러=100엔시대에 일본 경제계는 제조업 전체가 쇠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제종업분야가 강한 일본에서도 가장 강한 기업. 최근 발표된 92년 법인 신고소득 순위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달러당 100엔이 되면 그렇지 않아도 엔고로 곤두박질하던 수출채산성이 한계점에 도달,창립이후 최초로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고기업의 사정이 이 정도이니 다른 자동차업체의 사정은 불문가지이다. 지난해 2백62억엔의 경상적자를 기록한 닛산자동차도 올해 적자가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 된다. 자동차 11개사가 올해 모두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와 함께 일본경제의 견인역을 해온 전기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기도 역시 달러화로 결제하는 대미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엔화가 1엔 오르면 소니는 35억엔,도시바는 34억엔 그리고 후지츠는 16억엔씩 연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따라 일본 기업들은 비용절감 등 생산합리화,수출가격 인상,해외생산 이전 및 엔고로 싸진 해외자재 조달 등 기조의 대응책을 앞당겨 실행함으로써 활로를 찾고있다.
히타치제작소는 95년까지 가전제품의 해외생산 비율을 50%로 높인다는 방침아래 수출용 VTR의 생산을 말레이시아와 북미로 이전키로 했다. 캐논도 카메라생산의 대부분을 중국,말레이시아 등으로 이미 이전한데다 현지공장에 대한 일제부품의 공급을 줄여 현지구입 비율을 현재의 50%에서 내년 봄에는 85%로 올릴 계획이다.
조선업계도 한국·유럽 등 조선소와의 비용격차가 3% 정도 벌어짐에 따라 해외자재 조달확대와 함께 선박기기 표준화 및 공동구입,업무제휴 등 합리화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포항제철의 철강재 구입확대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엔고대책과 관련,그 어느 업계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코스트다운 등 합리화가 엔화의 상승속도를 소화해내지 못하는데다 미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가 경쟁력을 회복,수출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전업계와는 달리 설비투자에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해외공장 확대도 쉬운게 아니다.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새로운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 국내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다. 일본기업의 해외생산 비율이 지난 85년의 약 3%에서 현재 6.5%로 대폭 늘어남에 따라 일본 제조업의 기반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기술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공동화는 위험수위까지 진전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동남아지역에 벌여놓은 저가품 하청구조 때문에 미국의 엔고공세를 피할 수가 있어 일본 제조업의 총체적 경쟁력은 더 강회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1백엔시대를 맞은 일본기업의 반응은 80년대 후반기의 엔고때와 크게 다른 것으로 지적된다. 80년대 일본기업들은 합리화,생산성 향상,신제품 개발 등으로 엔고의 파고를 헤쳐 나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이상 자체노력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경제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본기업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수입유발 효과가 있는 경기부양책도 필요하나 이제는 달러당 2백엔에도 경쟁력이 없는 농업·서비스 부문에 대한 보호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가 드세지고 있다. 규제완화와 유통개혁에 의한 내외가격차를 해소할 경우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을 높이고 기업의 생산비 부담을 줄여 기업의 체질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소카와내각이 19일 경제정세 간담회에서 중장기적인 엔고대책으로 규제완화와 내외가격차 시정을 하기로 결정한데는 엔고대응에 대한 일본기업들의 이같은 인식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된다.<도쿄=안순권특파원>도쿄=안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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