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식민통치의 상징인 조선총독부청사가 사라진다. 김영삼대통령이 집권 6개월여속에서 내린 수많은 결단중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용단이라 할만하다. 경복궁을 가로막고 선 민족치욕의 그 흉물을 건국 45년이 되도록 방치한채 입으로만 민족의 자존을 운위했다는게 얼마나 허구였음을 그래서 새삼 깨닫게 된다.김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의 옛 총독관저도 철거하도록 했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나라의 정통을 곧게 세우고 민족자긍심을 복원하려는 대통령의 통치이념에 성원을 보내고 싶다.
더불어 김 대통령에게 하나 더 권하고 싶은 것은 서울시청사도 차제에 철거하도록 결단을 내렸으면 하는 것이다. 서울시청사는 총독부청사와 함께 일제가 식민통치의 상징적 관공서로 건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의미하는 「일자형태」의 총독부청사와 「본자형재」의 서울시청사를 서울의 핵속에 건축했던 것이다. 이제와서 일자흉물을 철거키로 한 마당에 본자흉물만을 그대로 놓아둔다면,식민통치의 상징은 반쪽만이 청산되는 셈이 된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서울시청사야 지자체의 것이니 서울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시청사 철거를 결정하는 것은 서울시장에게는 너무나 벅찬 문제다. 지난 30년간 역대 시장들이 「시청을 다시 지은 시장」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어서 「철거·신축」을 나름대로 시도했었다.
그러나 임명제하의 시장으로서는 「철거결단」을 내릴만한 권한 위임의 한계 때문에 임명권자의 눈치만 살피다가 청사 신축계획은 언제나 백지화되고 말았었다. 시민들의 의사를 집약할 수 있는 시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도 서울의 청사를 철거하는 대결단은 통치권 차원에서,그리고 민족자긍심 복원의 성업차원에서 내려지는게 가장 명분도 좋고 합의도출에도 지름길이 되리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1926년 총독부에 의해 건축된 서울시청사는 그후 67년동안 낡고 비좁아 실용적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철거하고 신축해야 할 필요성은 너무나 시급하기만 한 실정이다. 본청 기능만도 반대하기 이를데 없어 본청사 말고도 7개의 별관청사로 분산돼 있다. 청사가 흩어져 있음으로해서 오는 행정기능의 손실,민원을 보러오는 시민들의 불편,낡은 구식건물 때문에 행정전산화 등을 하지 못하는데 따른 행정발전의 저해,유지관리 비용의 과다한 손실 등이 그러하다.
물론 수도 서울의 청사를 철거하고 새로 짓자면 「어디다 지을 것이냐」는 장소 선정문제와 엄청난 재원을 염출하는 일이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소문제는 현재의 자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안과 용산 미8군 부지,동대문운동장 부지 등에 대한 검토가 이미 돼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적인 합의만 도출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고,그 정도 일은 시와 시의회가 힘을 모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원문제도 그렇다. 당장은 지하철 건설이란 발등의 불 때문에 시재정이 더 없이 어려운 처지이니 청사신축 여력이 없는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부지만은 어디로 가든 확보된 상태이고 보면 지하철 건설에서 한숨 돌리게 되는 2∼3년후가 되면 청사 신축을 착수해 연차사업으로 완공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총독부청사도 철거하자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철거를 완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거키로 한 결단이 「철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청사 철거도 마찬가지다. 철거결단만이라도 해놓아야 한다. 이 호기를 놓치면 「본자흉물」은 또 얼마나 오랜기간 민족자긍심의 한 구석을 찔러대고 있을지 모른다. 대통령의 또한번 결단을 바라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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