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불편」등 미비점 유연 대응책/“제도후퇴” 시각우려 고심 흔적도실명제 전격 실시 6일째를 맞으면서 정부가 고심끝에 2차 보완책을 내놓았다. 긴급명령의 골격은 그대로 두면서도 제도의 성격상 비밀작업을 한 탓에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미비점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금융실명제 실시 중앙대책위원회가 18일 은행 등 금융기관이 차명계좌의 원래 소유자를 알 경우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창구에 나오지 않아도 실명확인을 해주도록 한 것은 두번째로 단행된 중요 보완조치다. 지난 13일 2차 회의에서 국세청 통보기준인 3천만원을 인출액에서 입금액을 뺀 금액으로 기준을 바꾸어 수정한게 첫번째였다.
이처럼 보완책이 엄청난 고심끝에 아주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이유는 유연한 대응이 자칫 「검은 돈」을 양지로 끌어내는 중대사의 후퇴나 타협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유연책으로 실명제 시행 초기단계에서 나타난 금융기관 일상 고객의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시행되면 직원과 고객간의 적지않은 창구다툼 등이 잦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의 발표에서는 차명계좌의 경우 예금의 실제주인과 차명 명의인이 직접 금융기관 창구에 나와야만 실명전환이 가능했다. 또 실명전환시 이자소득세를 추가로 더 물어야 예금인출이 가능한데 금융기관이 소득세 계산을 하지 못해 예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인해 시행 첫날부터 적지 않은 혼란이 금융기관 창구에서 일어났다.
거듭된 검토끝에 갖가지 만약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차명계좌의 명의인이 금융기관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기관이 원래 주인을 명백히 알고 있으면 실명확인을 해줘도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대부분이 세금우대조치를 받으려고 남의 이름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계좌당 한도액이 1천만원 안팎이다. 이들은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종전에 안물었던 세금을 다시 모두 내게 되므로 「실질적인 이득」을 챙기는게 하나도 없다.
실명확인을 간단히 해주더라도 5천만원 이상의 거액 차명계좌는 여전히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된다. 차명계좌에 숨어있던 큰손은 이 조치로도 여전히 도망을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자소득세의 정산문제는 결국 현재로선 당장 완벽한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맺어졌다. 전산자료의 미흡,원장에 따른 소득계산의 어려움 등으로 우선 임시 대응책을 이용하기로 했다. 세금을 내게 될 액수를 떼놓고 나머지는 예금주에게 인출해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간이세금 계산표를 금융기관에 배포,이에따라 소득세를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어떤 방식이든 5년간의 소급과세는 변동이 없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금융기관이 이용고객중 작은 손들이 창구에서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것에 한정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작은 손들이 불편을 겪더라도 큰손마저 덤으로 빠져나가는 문제점이 있으면 대책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배제하겠다는 원칙 때문에 재빠른 대응이 지연되고 있기도 하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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