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자금줄 찾기 고심/“누가 얼마 감췄다” 소문 파다/돈 은닉 수법 주고 받기도정치인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앞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막막하기도 하지만 많든 적든간에 그동안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보관해온 정치자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는 것도 큰 문제이다. 평상시 쉽게 인출,현금화하기 위해 주로 소액거래의 방법으로 이용했던 가명계좌나 아니면 15대 총선 등에 대비,제2금융권 등에 장기적으로 묻어둔 거액자금도 이제는 실명제 실시에 따라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실명제 실시이후 국회의원회관 주변에는 「누가 얼마를 감춰두고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을 소문들과 함께 「돈 감추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의원들의 재산내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등록한 금융자산의 규모가 대체적으로 지난 봄때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정치인들이 묻어둔 돈의 규모가 적지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치권에는 이와관련,『재산등록전에 남의 명의로 사둔 부동산 등을 처분,가명계좌에 넣어둔 인원이 20여명에 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이와함께 당사자들의 극력부인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들이나 5·6공 당시 실력자로 불렸던 사람들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남모르게 갖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정치인들이 실명제의 칼날을 피해 돈을 감춰두는 수법으로는 CD(양도성 예금증서)나 장기채권을 사두는 방법,차명예금을 이용하는 방법,부동산을 명의신탁해두는 방법,아니면 현금으로 보관하는 방법 등 크게 4가지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게 CD·장기채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들 금융상품은 무기명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비밀보장이 가능한데다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어 현금화하기가 쉽다. 이 때문에 금융실명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실명제가 전격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CD나 국민주택 1·2종 등의 무기명 장기채권들은 그동안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정치권에서도 웬만한 의원들이면 CD나 장기채권을 재산관리수단으로 여겨왔고 대부분은 재산등록때 이를 빼놓겠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경제현실에 밝은 한 민자당 의원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는 없어도 많은 정치인들이 CD 등을 정치자금 관리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면서 『이 때문에 작년까지만해도 14∼15%의 할인율로 거래되던 채권값이 최근에는 37∼38% 수준까지 치솟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차명예금의 경우는 기왕에 가명계좌로 정치자금을 보관해왔던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법. 가명계좌에 돈을 넣었는데도 재산등록때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이를 실명으로 바꿀 수 없으므로 돈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결국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는 수 밖에 없다. 관료출신의 민자당 의원은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과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아니면 사전합의가 있으면 소유권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며 『더구나 소액으로 나누어 여러 계좌에 분산해두면 자금출처 조사도 어느 정도까지는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예금과 유사한 것으로 명의신탁에 의한 부동산 매입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경우도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과의 신뢰관계만 있다면 장기간 소유하는데 별 문제가 없고 또 비교적 거액을 감춰둘 수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상환기간이 짧은 CD를 사채시장에서 할인한 다음 이 돈으로 부동산 가운데 인기품목으로 꼽히고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을 제3자명의로 매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전적 방법이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직접 현금을 보관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재력가로 소문난 한 민자당 의원은 『최근 현금통화 가운데 1조∼2조원 가량이 사라졌다는데 그 돈이 결국 어디로 갔겠느냐』며 『상당한 부분이 장롱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인 가운데는 집에 있는 금고외에도 친척집에 맡겨두거나 은행 대여금고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말이 의원회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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