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 평상수준… 부도감소/중기자금 대출 복잡… “그림의 떡” 항의/재계,정부 후속대책 내용 촉각○동아투금 돈줄러시
○…실명제 실시 엿새째인 18일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도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는 등 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양상을 나타냈다.
주가는 하락한지 하루만에 다시 큰폭으로 상승했고 고객예탁금도 연일 1천억원 이상씩 늘어나는 등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거래가 두절됐던 채권시장은 회사채 거래가 실명제 실시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편 거액의 가명예금을 실명제 시행 이전으로 소급해 실명계좌로 불법전환 해주어 문제가 된 동아투금에서는 예금인출 러시현상이 나타났다.
시중실세금리는 콜금리와 회사채 수익률이 각각 연 12%,13%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부도는 실명제 시행이후 14일 하루만 소폭 늘어난뒤 다시 평소보다 더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소상인과 개인들의 현찰 수요가 급증,시중에 현찰이 대량으로 풀려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천만원 이상 현찰 인출자에 대한 국세청 통보방침으로 예금을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돼 은행 저축성예금은 13일이후 하루평균 1천억원 정도씩,투신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하루에 5백억원 내외로 줄어들고 있다.
○자기앞수표 교환 정상
○…은행가에서는 자기앞수표 교환과 송금규모가 평상수준으로 회복되고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점차 늘어나는 등 실명제 직후의 「거래마비상태」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 한국은행에 따르면 평소 1백20만건(2조9천억원)에 달한 서울지역 자기앞수표 교환규모는 실명제 실시이후 14일 71만8천건,16일 70만1천건으로 급격히 반감됐으나 17일에는 1백27만5천건(2조8천6백억원)으로 다시 정상화됐으며 하루평균 2천3백50억원선을 유지하던 은행간 송금액도 13일 9백20억원,14일 1천3백60억원으로 격감됐지만 16일부터는 평균 2천4백억원대를 기록하면서 실명제 이전상태로 사실상 복귀.
또 한국은행이 전국 11개 일반은행을 조사한 결과,16일까지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율이 9.1%에 불과했지만 이중 절반이상이 16일 하루동안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아직 큰손들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점차 실명제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낙관적인 분석이 대두.
그러나 일부에서는 실명제 실시이후 4일동안 은행예금은 현격히 줄고 있는 반면 현금통화는 7월 한달간 방출된 액수보다도 2배나 많은 금액이 풀린 것을 지적하면서 하반기 통화관리의 어려움을 예상하기도.
○중기대출 20억도 안돼
○…영세중소기업의 도산방지를 위해 6천억원 이상의 긴급자금이 방출됐지만 여전히 절차가 까다롭고 최종 대출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은행창구에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항의가 속출.
총규모 3천억원의 한국은행 긴급운전자금은 각 은행에 배정된 액수가 1백억∼5백억원,지점 할당액은 1억원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아 기업자금난의 「해갈」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은행 및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중론.
특히 일부 은행 점포에서는 여전히 담보제시를 고집하면서 까다로운 대출자료 제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보증기준 완화」 방침을 밝힌 신용보증기관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18일까지 각 은행에서 대출된 긴급자금은 20억원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긴급자금 융자에 따른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재정자금으로 금융기관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책임은 은행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신용대출의 어려움을 설명.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당장 몇백만원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판국에 금융기관 요구대로 서류를 다 마련하려면 이미 회사는 무너져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일선 은행창구간 정책시행 혼선에 강한 불만을 제기.
○주가 7백 돌파에 환호
○…종합주가지수가 하오장초부터 7백을 훌쩍 돌파하자 객장에서 숨을 죽이고 시세판을 응시하던 투자자들은 일제히 환호성.
투자자들은 『일단은 사고보자』라며 증권 단말기로 재빨리 뛰어가 사고 싶은 종목의 「팔자」 가격과 「사자」 가격을 확인한뒤 서둘러 주문을 내기도. 이들은 주가가 오르자 일단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거참 이상하다. 너무 오른다. 뭔가 곡절이 있는 것 아니냐』며 미소속에 불안감을 표시.
특히 객장에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10% 이하)가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외국투자한도가 소진된 종목이 인기를 끌었다. 또 화폐개혁설,주식인출설 등이 유포되기도.
한편 가명계좌의 실명화는 저조,16일까지 전체 6만4천5백24개 가명계좌(휴면계좌 포함)중 실명으로 전환한 계좌는 3백26개에 불과한 상태.
○…증권사에는 실명제에 관한 문의가 계속 쇄도하고 있는데 이중에도 양도성 정기예금증서(CD)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
증권사 직원들은 『당국의 실명제 지침이 부실하다. 지침내용이 은행 중심이다. 답변에 궁할 때가 많다. 또 당국조차 제대로 유권해석을 내려주지 못하는 바람에 혼선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
직원들이 주장하는 혼선은 3개월간 예탁(은행을 제외한 증권 단자 종합금융)이후 예탁받은 기관에서는 국세청에 통보를 하지 않으나 이 돈(최소 5천만원 이상)을 CD 발행처인 은행에서 찾을 경우 은행이 통보하는지 하지 않는지 여부,CD 대부분이 만기 91일짜리인데 반해 같은 3개월이라도 최소 89일에서 최대 92일까지 달라 3개월 예탁이 정확히 며칠인지,또 만기가 앞으로 2개월 밖에 남지 않아 만기이후 돈을 찾지 않고 1개월을 추가예탁해도 3개월 예탁으로 간주,국세청에 통보되지 않는지 등이었다.
한편 증권사 직원들은 『돈많은 사람들이 CD 등 거액자금 처리에 굉장히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무슨수를 쓰더라도 실명제의 허점을 발견,실명제의 그물에서 탈출할 것이다. 사금융쪽으로 빠지지 않고 제도권안으로 이들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
○생산자금 유입 기대
○…금융권에 비해 다소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재계는 이날 재무부에서 개최된 실명제 중앙대책위원회의 내용파악에 대부분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삼성 대우 등 주요그룹들은 철저한 보안을 이유로 실명제가 전격 실시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마련할 각종 보완대책에 따라 실명제의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계는 따라서 자금부 등 비자금이나 대주주 주식을 관리하고 있는 부서는 비자금의 실명화 방안과 대주주의 위장주식 처리방안을 놓고 협의하고 기획이나 조사담당부서는 앞으로 마련될 보완대책에 대한 정보수집에 바빴다.
재계는 특히 오는 20일을 전후해 정부의 1차 실명제 보완 종합대책이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각 부처가 마련중인 대책의 내용을 미리 점치는 한편 이 기회에 비실명자금이 생산현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종재·이백규·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이종재·이백규·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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