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 건설 및 율곡사업 추진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두 전직 대통령도 조사할 것인가 고심해온 감사원이 결국 서면질의서를 보내는 형태의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비록 서면질의이기는 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재임중 직무와 관련해서는 국가사정기관인 감사원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은 전직 대통령도 성역없이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성역타파를 위한 선례 만들기나 죄를 없애주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5·6공화국 최대 의혹이라고 할 이들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이다.대통령도 임기가 끝난뒤 퇴임하면 평범한 시민이다. 전직 대통령에게 재임중의 범법혐의와 비리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 조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전달하면서 『잘못을 들춰 문책을 하기보다는 국민적 의혹을 소명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미리부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나 같다. 말이 안된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의 핵심의혹 부분인 기종변경에 따른 커미션 수수여부 문제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부분인 댐건설 과정에서의 수의계약 지시사항 등이 질의서에서 빠진 것은 진상파악의 실효성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물론 감사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정치적 보복은 반대한다」는 청와대측의 입장 때문에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요식절차와 같은 서면질의를 택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사정의 최고기관인 감사원은 정치권력에 영합하거나 인기에 편승하는 감사를 해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감사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김영삼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정과 개혁은 그 기초부터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감사원은 「정권유지를 위한 사상 최대의 기념비적 낭비」라고 나라 안팎의 손가락질을 받아온 평화의 댐 문제와 2천억원의 예산낭비를 가져온 율곡사업 비리의 진상을 반드시 캐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노 두 전 대통령의 거짓없는 해명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우리가 두 전 대통령의 해명을 굳이 바라는 것은 다시는 이런 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인 것이다.
감사원은 『서면조사 답변이 불충분하더라도 재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우리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만에 하나 서면답변 내용이 진상파악에 미흡하다면 감사원은 조사관을 전 대통령들에게 직접 파견해서라도 국민이 갖는 의혹을 깨끗이 풀어줘야 한다.
감사원이 국민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이들 의혹사건의 마무리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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