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비서실의 사정담당 비서관 이충범씨(36)가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되어 17일 사표를 냈다. 변호사인 그는 작년 5월에 맡았던 아파트가격 분쟁사건을 지난 5월 합의로 해결한후 아파트회사가 지급한 보상금 20억원중 10억원을 입주자들로부터 받았다가 4억원을 되돌려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충범씨는 이 사건으로 사표를 내는 것이 부당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기자실에 찾아가 해명하기를 원했으나,『해명할게 있으면 검찰에 가서 하라』는 청와대의 분위기에 밀려 결국 사표를 냈다. 그는 자신이 공직취임 이전에 사건을 맡았고,수임료 10억원은 계약대로 받은 것이지만 너무 많다고 생각되어 4억원을 되돌려줬고,공직자 재산등록때 6억7천만원의 현금을 등록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설명을 원했던 것 같다.
변호사법과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은 변호사가 보수를 받는 공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고,변호사 수임료는 소송가액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이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자신을 변호할 수 있을지 모르나,그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별로 없다. 그가 계약대로 일단 받았던 수임료는 소송가액의 50%인 10억원이었으며,사건을 해결하고 돈을 받을 때의 신분은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그가 사정비서관이 되면서 원래 해결되기 어려웠던 사건이 합의에 이른 것 같다』는 의견이 청와대에서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의 해명이 먹혀들 여지는 거의 없다.
그는 변호사시절 무료법률상담 등의 사회사업을 했고,지난 대선때는 김영삼후보를 돕는 정책자문그룹을 이끌었으며,김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 3급 비서관으로 임명되어 장 차관급 고위공직자들의 복무태세 등을 점검해왔다. 그가 수행해온 업무와 자신의 행동은 이율배반적이고,「남 따로,나 따로」의 행태가 극단적으로 두드러진다. 그는 자신의 사정대상이 될 일을 스스로 저질렀고,그 일이 문제가 안된다고 억울해하며 해명하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공직자들은 자신의 혹시 「남 따로,나 따로」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채 개혁에 임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계속 칼국수를 먹으며 땀흘리고 있는데,고위공직자들의 의식속에 대통령의 「칼국수 정신」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한국의 개혁이 법을 초월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개혁추진세력들이 법을 초월하는 특권의식에 젖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권의식이야말로 온갖 부패의 출발점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해결해내는 자신의 유능함이 바로 권력남용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부패의 싹이 트게 된다. 「신한국의 관리들」중에 이 비서관 같은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청와대가 이번 일로 우려할 것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아니고,자신의 내부에서 싹튼 권력남용과 그에 대한 불감증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