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관리고객 “편의제공” 빈발차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는 과정에 허술한 구멍이 많아 보완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남의 이름으로 예금한 사람들이 통장상의 명의(차명)가 자기이름인양 실명으로 전환한뒤 현금으로 인출해가고 있지만 이를 감시·감독하는 장치가 허술해 현실적으로 이를 방지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관련기사 23면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원 증권사 직원 등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그동안 관행상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해주던 고객들의 예금에 대해 본인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그대로 실명으로 확인해주고 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3천만원 이하의 소액인 경우 일단 실명으로 확인된 차명계좌는 아무런 과세도 받지 않고 언제든지 예금주가 출금할수 있다.
금융기관에서 실명을 확인할때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확인토록 돼있으나 은행원이 실명여부를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검색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쉽게 실명확인을 해주고 있다. 더구나 거짓 확인을 해주어도 종합과세(96년 시행예정)가 이루어지기전에는 들통나기가 어렵게돼있어 벌써 이런 편법확인이 금융계에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A은행 영업부 김모 차장은 단골고객이 각각 1천만∼2천만원씩 10개의 차명통장에 들어있는 예금을 모두 인출해달래서 통장(차명)에 실명확인 도장을 찍어주고 예금을 내주었다고 밝혔다.
B증권사 이모 대리는 자신이 차명으로 투자하던 계좌 20여개를 모두 차명대로 실명임을 확인한뒤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고 밝히고 모든 증권사는 직원이든 고객계좌이든 이런방식으로 차명을 그대로 확인해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다만 3천만원이상을 현금으로 인출하면 국세청에 통보되므로 고액 투자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대 은행의 경우 13∼14 양일간 모두 1백15만계좌 8조7천9백억원이 실명확인을 했는데 이중 10%가량인 11만계좌 8천7백억원 정도는 차명을 거짓으로 실명 확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무자들 도장만으로 실명확인/「종합과세」 시행이전엔 들통안나(해설)
차명계좌를 통장상의 명의자 본인 확인 없이 그대로 실명으로 화인해주어 실예금주가 예금을 빼가는 사례가 많이 생겨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실명제 실시로 금융기관 종사자는 차명계좌도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으로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확인 방법에 문제가 있다. 은행원 등은 확인후 통장에 실명확인 도장만 찍어주도록 돼있다. 신분증 복사본 등 증거가 될만한 것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원 증권사직원 등은 실제 확인하지 않고도 실명확인 도장을 마구 찍어줄 수 있게 돼있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렇게 거짓 확인해주어도 나중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게 문제다. 실명확인을 소홀히 한 금융기관 종사자에 대해 5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게 돼있으나 액수도 적을뿐 더러 「확인 소홀(거짓확인포함)」 사실은 현실적으로 금융자산 종합과세가 시행되는 96년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게 돼있다.
다만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은행의 통보 등으로 그 이전에도 알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거짓확인은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예금이 3천만원 이상을 인출하면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액의 차명 예금자들은 거짓 확인을 받기도 힘들고 받아 봤자 봐준 은행원이나 예금주 모두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래서 금융계에서는 3천만원 이하의 소액 예금주와 거액 예금주 사이의 형평성,법대로 자기명의로 전환한 선량한 예금주와 차명을 그대로 쓴 변칙예금주 사이의 공평성이 문제가 되기는 하나 실명제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이같은 불공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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