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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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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들어 계속된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벼의 성장과 출수가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불볕 더위에 한창 자라야할 벼포기가 미처 벌어지지 못한채 키도 덜 자랐다고 한다. 기상이 이런 상태를 지속하다가는 쌀농사가 평년작도 어려울 것이라고 농민들은 근심이 태산같다. ◆벼의 냉해는 이웃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10년만의 이상저온과 그로인한 벼의 생육부진으로 올해는 쌀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할 처지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84년 여름의 극심한 냉해로 한국에서 쌀 10만톤을 수입해간 일이 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올해 기상이변의 원인을 환경오염에 의한 대기권의 난조현상에서 찾기도 한다. ◆농수산부는 냉해속에서도 도열병 등 병충해가 크게 번지고 있다면서 방제작업을 서두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래저래 늘어나는 것은 농작물과 토양의 농약오염과 농민의 중독사고다. 농약 소비량은 유효성분으로 83년에 1만4천4백톤이었으나 90년엔 2만5천톤으로 늘어났다. 금년은 농약사용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농약사용에 따른 인명피해에 대해선 정확한 통계가 없다. 매년 1천명 내외가 농약에 의한 중독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약 사용량이 늘면 그만큼 중독사고도 늘어날 것이다. 농약살포에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여름철 농사를 망친 병충해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타난 것만 32회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에도 38회나 나타난다. ◆사기에 나오는 비충이 아마도 벼멸구가 아닌가 추측된다. 조선조 숙종때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는 감초가루를 뿌리거나 나무에 볏짚을 감아서 유충을 유인했다가 태우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금비보다는 퇴비를,농약보다는 천척을 길러낸 선조들의 농사짓는 지혜를 다시 음미해볼만하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라도 냉해를 만회할 분별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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