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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 무한대결 다시 격랑/정국향방 갈림길에(러시아의 선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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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 무한대결 다시 격랑/정국향방 갈림길에(러시아의 선택:1)

입력
199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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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총선·신헌법 채택등 이견/민주적 물갈이 대안없어 고심오는 19일로 구 소련의 쿠데타 발발 2주년을 맞는다. 지난 2년동안 구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민주화 개혁을 둘러싼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극도의 정치·경제적 혼란상을 연출했다. 일반 국민들도 범죄급증과 물가앙등으로 과도기적 고통을 분담해야만 했다. 특히 올 가을로 예정된 신헌법 채택과 총선거 실시를 앞두고 러시아 정국은 최후의 보혁대결 흐름에 휩싸여 있다. 쿠데타 직후 급변한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보혁대결 양상을 몇차례에 걸쳐 분석해본다.<편집자주>

2년전 쿠데타가 일어날 당시 소련의 러시아연방 최고회의 건물인 벨르이 돔(러시아서는 이제 백악관이라는 애칭으로 굳어졌음) 앞에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비롯,루츠코이 부통령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제1부의장(당시) 등이 「민주주의 사수」를 외치며 맨손으로 쿠데타군 탱크에 맞섰다. 하지만 그때의 동지들은 이제 서로 적으로 변했고 민주주의의 보루였던 「백악관」은 역설적이지만 보수파의 거점으로 바뀌어 있다.

옐친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는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과 의회는 보수세력의 충실한 대변자이자 후견자 역할을 맡고 있다.

노련한 법학자이자 최고회의 제1부의장이었던 하스불라토프는 의회 대의원들을 지휘하는 보수파의 상징적 인물로 변신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하스불라토프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 의회(팔러먼트)를 「하스불라토프」라고까지 비꼬는 지경이 됐다.

옐친이 쿠데타 저지후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공산당 불법화와 구 소련해체,독립국가연합(CIS) 창설 등을 주도하면서도 러시아 최고회의와 인민대표대회 등 앞으로 화근이 될 수 있는 권력기관을 미리 해체시키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두기관은 당시만하더라도 해체된 소련의 연방권력기관과 옐친의 권위에 비하면 유명무실한 권력기구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옐친의 급진개혁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면서 이 두기관은 옐친의 독주를 저지하는 「보수파의 아성」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현 정국의 최대이슈인 신헌법 제정과 총선거 실시문제 역시 이 때문에 비롯됐다.

러시아 의회는 구 소련의 공산당 일당지배체제하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대부분이 공산당의 주요 간부를 역임한바 있는 보수파 인물이다.

이들은 쿠데타가 저지되고 공산당이 불법화되는 와중에서 몸을 낮추고 있다가 러시아정부의 충격적인 시장경제 조치가 국민들의 불만을 유발하면서 국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결국 옐친의 개혁입법은 의회에서 거부되거나 대폭적인 수정이 가해졌고 이때마다 옐친은 포고령으로 맞섰으며 의회가 또다시 이를 무효화하는 법안을 채택하는 등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대결을 계속해왔다.

특히 옐친이 승부수로 생각했던 헌법개정안마저 인민대표대회에서 승인되기는 커녕 불신임 일보직전까지 가는 살얼음판을 걸어나가야 했다.

옐친은 이같은 상황에서 신헌법 제정의 필요성을 절감,전격적으로 제헌의회를 구성했으나 일부 자치공화국과 지역의 정치·경제적 독립요구로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마침내 오는 9월을 최후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시기로 잡고 의회해산과 총선실시 신헌법 제정이라는 정면돌파를 시도하려하고 있다.

보수파는 이에 맞서 옐친 측근의 부정부패 폭로,반개혁적 입법 및 정부 불신임 등 초강경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게임을 보면 러시아 민주주의는 아직 「유치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투구식 전쟁은 과거 공산당 시대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변화가 있다면 정권투쟁이 전에는 밀실에서 은밀히 이루어졌으나 현재는 언론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싸움을 벌인다는 정도이다.

정치는 권력상층부에서 이루어지며 이 게임의 피해자는 언제나 국민이었다는 러시아의 역사가 지금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쿠데타를 저지한 것은 국민이었지만 국민들은 「자유」를 얻은 대신 「빵」을 잃어가고 있다.

벨르이 돔 앞 탱크위에 올라가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속에 열변을 토했던 옐친 조차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19%의 인기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옐친 이외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최선의 선택은 신헌법 제정과 조기총선을 통한 민주적 물갈이 밖에 없다.

만약 현재와 같은 대결구도가 지속된다면 러시아는 구 소련처럼 붕괴될 수 밖에 없고 「제2의 10월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역사는 현재까지 한번도 혼란과 유혈사태 없이 발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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