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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엔화/부산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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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엔화/부산한 일본

입력
199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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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00엔 붕괴 초읽기/수입규제 철폐·불황대책 마련달러당 1백엔대 시대가 열렸다. 엔화의 급상승은 일본인들에게 38년만의 정권교체로 본격화되고 있는 정치개혁과 함께 경제구조 개혁도 불가피하게 됐음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계속해온 일본 엔화는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달러당 0.30엔이 내린 101.55엔에 폐장됐으나 한때 100.40엔을 기록,지난 73년 변동환율제가 실시된 이래 최초로 1백엔선에 돌입했다. 달러당 1백엔 돌파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것이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지난달 도쿄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엔화가 1백엔선을 향해 치솟기 시작한 것은 7월말의 유럽통화 불안과 예상보다 더딘 미국경제의 회복세 때문이었다.

물론 3년간 불황이 지속된 일본 경제도 아직 뚜렷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내수부진에 따른 수입감소로 무역흑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엔화 상승의 최대요인으로 작용했다.

호소카와(세천호희) 총리는 17일 이후 상황이 급박해지자 19일 대장성 통산성장관 외무부장관 등 관계 각료와 경제정세 임시 간담회를 갖고 엔고 현상에 따른 불황대책과 수입장벽 완화 등 경제규제 완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달러당 1백엔이란 엔화가 미국달러와 맞먹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본 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치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정작 이를 기뻐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일본 경제의 진짜 실력과거리가 먼 과대평가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엔고로 수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된 자동차,전기업계는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1백엔선 시대의 개막을 「올 것이 온 것」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7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엔고가 냉전종식에 따른 세계경제의 구조변화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엔화와 함께 휘청거리는 달러화를 뒷받침해온 마르크화의 조정력이 통일에 따른 독일 경제의 혼란으로 대폭 약화돼 유일한 흑자선진국 통화인 엔화만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또 1백엔선 시대를 맞아 일본 경제의 구조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금리인하 등 80년대 후반의 엔고때 사용한 수입확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각종 규제완화,유통개혁,내외가격차 시정 등 과감한 구조개혁을 단행,수입품이 일본시장에 들어오기 쉬운 경제체질을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로선 1백엔대 시대를 선진국 진입의 절호의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을 끝낸 일본이 본격적인 경제구조개혁에 착수하게 되면 엔고시대는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도쿄=안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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