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급증 따른 물가 불안 고개/단자,전산미비 실명작업 차질/큰손들 “정중동”… 금값은 예상밖 안정세○…주가가 큰폭으로 오르며 시세전광판이 빨간불(전광판에는 주가가 오를 경우 빨간불이,내릴 경우 파란불이 켜진다)로 물들자 객장 여기저기서 환호성.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상오장을 강보합세로 마감한뒤 하오장 개장직후 21포인트까지 급등하자 투자자들은 『실명제(쇼크)가 끝났다』며 서둘러 「사자」 주문을 내기도. 반면 일부 증권사 직원과 투자자들은 『이렇게 오르면 부양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라며 주가상승에 불만을 표시.
주식 전문가들은 『이번주부터 하락폭이 둔화될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V자로 급반등할지 몰랐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름대로 장세분석에 골몰. 또 『실명제로 인한 주가하락은 그리 크지 않다. 6백70정도가 1차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주장했던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내 예상이 적중했다』고 자랑.
○…여의도 증권가는 온통 정부의 실명제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16일 주가가 급등하기는 했어도 현재 시장내부의 힘으로 실명제 쇼크에서 완전히 탈피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이날 하오 재무부 주최로 증시관련 긴급모임이 개최됐기 때문.
증권협회는 상오 7시에 증권사 관계자와의 모임을 주최,증권계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지난 토요일 정부에 건의했던 소액주주(3억원 미만)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면제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현재 10% 이하) 조기 확대를 증시관련 긴급 모임에서도 강력히 요구하기로 의견일치.
한편 소문수집에 정평이 있는 증권계 정보통들도 「정보원」들을 통해 정부조치를 탐색한뒤 『지난주에 재무부장관과 한은 총재가 YS를 만나 보완책의 골격을 이미 결정했다. 오늘 모임은 이 골격을 재확인하는 절차다. 내일 정도에 YS가 중대한 보완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시나리오를 작성.
○…광복절이자 일요일인 15일 일선창구를 제외한 전 업무부서가 비상근무에 돌입했던 각 은행들은 16일에도 실명제 관련 문의전화만이 폭주할뿐 우려됐던 현금 대량인출사태가 빚어지지 않자 『속단은 이르지만 실명제 후유증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일단 안도의 한숨.
그러나 예금유입이 줄고 채권 및 양도성 정기예금증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자 일부에서는 장기 자금수급 사정에 대한 걱정과 함께 『10월12일 직전에 자금이 대거 빠지는 것이 아니냐』며 지레 걱정. 한 은행 직원은 『거액인출은 없었지만 거액예금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은행 계좌 대신 대여금고 이용방법을 묻거나 「이자는 필요없으니 장부 기재없이 돈만 맡길 수는 없느냐」는 등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실명제 이후 창구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서울시내 각 은행 40개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명제 실시 첫날인 13일 예금이 4백30억원 감소했으나 14일에는 1백61억원 가량 늘었다』며 『예금감소는 막연한 불안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낙관. 그러나 13∼14일에 걸쳐 3천억원의 현금통화가 풀린데다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자금의 추가방출이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실명제의 최대 복병은 불안한 물가가 아니냐』는 지적도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실명제의 내용이 너무 방대한데다 정부의 명쾌하지 못한 사안별 유권해석으로 실명제시행 4일이 지나도록 고객들의 문의전화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상급기관에 재차 해석을 의뢰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
특히 가족 및 친지명의 차명계좌의 실명전환과 국세청 자금조사기준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자 일선 점포들은 본점의 실명제 대책반으로,본점은 다시 재무부와 국세청으로 문의하는 등 업무처리에 혼선을 거듭. 창구 직원들은 『너무 갑자기 실시돼 지침서를 밤새 외워도 고객문의에 제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상급기관에 물어봐도 해석이 구구한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
○…실명확인을 하거나 문의를 하기 위해 나온 손님외에 예금인출을 하려는 손님들이 지난 주말보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단자사 관계자들은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 D투자금융 영업부장은 『실명제 실시 첫날 3억5천만원에 불과했던 예금인출액이 둘째날인 지난 토요일에는 26억원으로 늘어났고,이날도 입금은 20여건에 불과한데 인출은 1백여건에 달했다』며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악화돼 중소기업 등 당장 돈이 필요한 부문에 타격이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출규모는 국세청 통보기준인 3천만원을 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찾아온 손님들도 지난 주말에 비해 대체로 차분하게 상담에 임하는 등 실명제로 인한 충격이 어느정도 진정되고 있는 모습.
한편 당사자들은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할 경우 과거 5년간 누락된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하나 전산프로그램의 미비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재무부에 문제점을 보고. 단자사들은 이에 따라 재무부의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거나 전산체제가 갖춰질 때까지는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을 보류하도록 내부적으로 방침을 하달. 또 고객이 굳이 실명전환을 요구할 경우에도 전환은 해주되 자금인출을 중단하거나 미리 예상 추징세금을 떼내고 인출해주도록 하고 있는 실정.
○…실명제 실시로 금융기관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실물자산에 몰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대표적인 실물투자 수단인 금값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 실명제 실시를 발표했던 지난 12일 1돈쭝에 4만1천원 하던 금값은 이날 현재 4만2천8백원으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부동산시장은 15·16일에도 역시 거래가 한산하고 가격도 하향안정세를 보였다. 건설부 조사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서울 강남 경기 과천 등 일부지역에서는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물을 철회하는 경향도 나타나 급매물과 긴급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한 실거래만 간혹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동안 실명제의 내용과 앞으로의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던 재계는 월요일인 이날 실명제의 전격 실시에 대한 충격에서는 벗어난듯 차분히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 경제단체들은 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고 보고 기업의 건의안을 토대로 한 각 단체별 건의안 마련에 들어갔고 삼성 대우 등 주요그룹들은 비자금의 실명화 방안과 대주주의 위장주식 처리문제 등 그룹 내부문제 해결방안과 계열 중소기업의 도산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제단체들은 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는 바람에 기업 경영의 최대 돌발변수가 나타났다고 보고 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정부에 보완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방침.<송태권·이종재·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송태권·이종재·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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