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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일꾼(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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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일꾼(장명수칼럼)

입력
1993.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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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던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인간띠 잇기대회」가 15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48회 광복절인 이날,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48㎞에 이르는 길가에 늘어선 6만여명의 시민들은 하오 6시20분 손을 맞잡고 인간띠가 완성되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면서 한민족의 통일열망을 뜨겁게 확인했다. 또 참가구간에 있는 1천3백여 교회들은 이 시간에 일제히 종을 울려 평화통일을 기원했다.61개 종교·사회단체가 참가한 이날 행사는 북한 기독교연맹과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성까지 인간띠를 만들 계획이었으나,북측이 범민족대회와의 연계를 주장하는 바람에 남한 단독으로 치르게 됐다. 그래서 인간띠는 휴전선을 넘어 북한 동포의 손을 맞잡지 못했고,참가자들은 휴전선 철조망에 꽃을 꽂으며 섭섭함을 달랬다. 그러나 반쪽대회라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이번 행사는 민간단체들이 대규모로 힘을 합쳐 통일운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의 통일운동이란 거의 재야단체들의 몫이었고,일반국민들이 선뜻 동참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하는 과격한 시위,국가보안법 등 법규 위반을 서슴지 않는 급진적인 도전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재야의 통일운동은 통일에 대한 많은 금기사항들을 깨는데 기여했으나,국민의 운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감당해내야 할 주체는 일반 국민들이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른다는 긴장이 한반도에 감돌고 있는 오늘,국민들의 통일준비처럼 시급한 것은 없다. 경제력과 국민의식은 통일을 성공시키는 중요한 견인차가 될 것이다. 국민은 통일운동을 구경만할게 아니라 통일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각자 「통일일꾼」으로 뛸 훈련을 해야 한다.

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인간띠를 만든 6만여명의 시민들은 통일의 그날 북한 동포들을 위해 일할 잠재적인 자원봉사자들이다. 베를린 장벽을 넘어 홍수처럼 밀려오는 동독인들을 맞아 거리에서 뜨거운 커피와 국을 끓이고,길을 안내하던 서독인들의 무서울 만큼 빈틈없는 봉사체제가 우리에게도 필요해질 때,기꺼이 달려나올 얼굴들을 우리는 인간띠에서 보았다.

이번 행사는 남과 북의 기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됐고,89년 북한과 공동으로 작성한 남북 기도문으로 예배를 올렸다. 그러나 이 운동에는 종교를 초월한 많은 단체들이 참가했고,진보와 보수가 하나의 용광로에서 통일열망을 달구는 화합을 이룩했다. 일부에서 우려하던 급진 돌출도 없었고,국민들의 민족사랑과 정부의 지원이 보이지 않게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로 끝났다.

인간띠 잇기의 성공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통일운동의 출현과 그 운동에의 동참을 갈망하던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국민들은 이제 통일운동의 구경꾼이나 비판자가 아니고,통일꾼이 되고 싶어하고 있다. 인간띠를 만든 남녀노소의 얼굴이 자랑스럽게 빛나는 것은 그 갈망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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