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 실현” 환영속 진땀갑작스런 금융실명제 실시로 은행원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원들은 『실명제를 계기로 경제정의가 실현되고 장기적으론 일부 은행업무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갑자기 쏟아진 일부담,고객들의 항의,금융실정과 동떨어진 실명제 지침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B은행 논현동지점 Y대리(34)는 『실명제 실시후 통장실명확인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만 평소의 2∼3배인 5백∼6백여명선』이라며 『1인당 통장을 5∼7개씩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Y대리는 『통장실명확인 작업은 몸으로 때우면 되는 일이지만 관행적으로 행해온 차명계좌,꺾기용 CD(양도성예금증서) 처리문제가 골칫거리』라고 고백했다.
S은행 강남지점 김모주임(32)도 『워낙 실명제가 전격적으로 실시되다보니 그간 문제가 됐던 편법적 금융관행의 부작용이 총체적으로 드러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김 주임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CD문제. 기업대출금의 일부를 현금 대신 예금증서로 지급,대출·예금실적을 동시에 올릴 수 있었던 CD보유자들이 실명제후 현금화가 어렵자 『은행이 책임지라』며 잇달아 항의를 해온다는 것.
김 주임은 『꺾기용 CD발행액은 웬만한 시중은행 지점이면 통상 1천5백억∼2천억원 규모』라며 『이같은 고민은 전은행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은행은 수신고를 높이는데 「기여」해준 거액 단골고객들로부터 『세금추징없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은행원들은 은행실정과 너무나 동떨어진 실명제 지침때문에도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S은행 영업부 N대리(37)는 『가·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할 경우 5년간 세금을 소급추징하는 것은 은행실정이 무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N대리는 『통상 입출금이 잦은 요구불예금의 경우 입출금 내역을 지점마다 보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어서 아예 불가능한 사례가 많다』며 『세금을 소급계산한다 하더라도 1개 통장을 처리하는데 은행원 1명이 하루를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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