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산업 용어로 「비파괴검사」(NDI)라는게 있다. 공업제품 내부의 기공·균열 등 결함이나 용접부위의 잘못 등을 제품을 파괴하지 않고 외부에서 검사해 가려내는 것을 일컫는다. 제품의 내부 결함은 파괴해서 조사하면 확인이 가장 쉽다. 하지만 그만큼 낭비가 심하기 때문에 제품 전체를 부수지 않고 내부 잘못을 교묘히 가려내는 NDI야말로 현대산업의 필수적 수단인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NDI 수준을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흔히 방사선과 초음파 및 맴돌이 전류가 이용되고,침투 및 자분탐상법이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원리가 의료계에 도입된게 바로 단층촬영법·초음파 검진 등의 첨단이기. 암과 같은 질병의 조기진단과 발견만이 아니라 치료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오늘날 인류문명의 특징도 파괴가 아니라 비파괴에 있다는 느낌이다. ◆후딱 때려 부수고 후딱 지어내는 것을 무슨 자랑인양 여기는 풍조가 넓게 퍼져있는 우리 사회이다. 군사문화의 속성인 속전속결의 성급함과 떼돈벌기 풍조가 그것이다. 다른나라에서 수십년 걸려 지을 건물을 1∼2년에 지었다가,말썽이 나면 또 쉽게 허물어버리는 낭비버릇이 그 사례라고 하겠다. 「비파괴」의 효율과 장인정신이 그럴수록 아쉬워지는 때이다. ◆때마침 경제 혁명으로 불리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었다. 지난 세월 우리 경제와 사회를 지배해온 비실명의 관행이 하루아침에 정지되면서 온갖 과도기적 충격과 혼란이 예상된다. 이럴 때 새삼 절실해지는게 NDI의 슬기이다.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비파괴검사를 통한 결함 발견과 수리 및 재가동이 빠르면 빠를수록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주듯 실명제 단행에서도 빠른 후유증 극복과 지하경제의 효율적 동참유도가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동안의 개혁을 놓고서도 국면전환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없지 않았다. 낡은 집을 허물기만하고 언제 새집을 짓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실명제 단행도 모두의 동참속에 풀가동으로 나아가는 보다 확실한 고비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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