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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후 정가표정/여야 모두 후유증 오래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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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후 정가표정/여야 모두 후유증 오래갈듯

입력
199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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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패배 교훈찾기 시각차/민자/완패 책임싸고 내분 가능성/민주8·12 보선에서 공동패자가 돼버린 여야는 보선후유증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민자당은 총력을 경주했던 대구에서의 참배가 주는 교훈을 뒤늦게 찾으려하고 있고 민주당은 완패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선 패배후 자성의 고언들이 민자당 저변을 휩쓸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젊은 당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번 보선결과의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선거,금품시비,폭력사태 등 8·12 보선의 추태들은 백번 양보해도 개혁정치와 맥을 같이할 수 없는 구태였다. 현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올라온 의원,당료들은 한결같이 『정말 재연되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자탄했다.

또한 집권 여당으로서 현실정치의 울타리에서 주춤거리지 말고 몇년후면 다가올 21세기를 대비,전향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개혁정치의 노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고개를 쳐들 태세이다.

대구의 패배를 「표적사정」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야 할지,TK정서로 평가절하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며 더 나아가 개혁정책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내의 비판적 자성을 당 수뇌부가 어느정도 수용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보선 하루뒤인 13일 당직자들이 보여준 태도에서는 보선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돌파하려는 의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게 중론이다. 이날 고위당직자 회의에서는 대구 패배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자성론이나 새로운 대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당 저변의 기류와는 달리 당 수뇌부가 계속 미온적 자세를 취할 경우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커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생리상 불만이나 비판이 공개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표출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광범위한 규모로 잠복,결국 당운영의 파행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양상이 전개될 경우 금융실명제 실시 등 각종 개혁정책 추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은 청와대나 정부에 가려진 피동적 위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민자당 못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그동안 당내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대신 밖으로 힘을 돌려 이를 우회하려했던 이기택대표의 부담은 한결 가중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지도부의 이완현상이 가속화돼 그나마 유지돼온 주류 비주류간의 분점 구도마저 깨져 다극화 양상으로 치달을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표와 권노갑 한광옥 최고위원 사이의 느슨한 연대,조세형 유준상 신순범 이부영 최고위원의 독자화 추진,김원기 노무현 최고위원의 연합 등으로 최소한 6개 중심이 합종연횡하는 당운영의 난맥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고 이는 공천과정 등에서의 책임론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대구 공천은 중론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훈당선자의 공천을 적극 주장했던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와 서 당선자의 감정문제까지 지적하며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이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국민당 새한국당과의 공조,나아가 통합가능성도 그 효용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입지약화는 그동안의 다양한 「대DJ 홀로서기」 노력이 뒷걸음질 치는 대신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김대중 전 대표에 대한 역할기대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어렵지만 민주당이 택할 대안은 지극히 제한돼 있다. 대외공세의 마땅한 고리가 없는데다 인사문제 지구당 정비문제 등 당내 현안도 시급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임시국회 등의 기회를 통해 현재의 고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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