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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는 교육부터…(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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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는 교육부터…(장명수칼럼)

입력
199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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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서로의 행태에서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끼는 부분은 공공질서에 대한 절망적인 불감증이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하면 으레 수라장이 되고,쓰레기가 쌓이고,어린아이들이 날뛰는 것을 우리는 신물이 나도록 보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무음곡과 음식판을 벌이는 것도 말리기 힘든 한국인들의 버릇이다. 산과 들에서뿐 아니라 국회의사당·중앙박물관·엑스포 전시장 뜰에서 한국인들은 버너를 꺼내 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외국의 국제공항 로비에 둘러앉아 화투를 치고 라면을 끓여먹다가 말썽이 되는 것도 한국인들이다.『우리는 도대체 왜 저럴까』라고 한탄하던 사라들은 항상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공공질서속에 살아가는 시민교육이 점점 더 필요해졌으나,우리의 가정과 학교는 온통 「점수따기 교육」에 매달려 농경사회에서 이루어지던 예절교육마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함께 살아가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던 셈이다.

얼마전에 경찰은 차도를 함부로 건너거나 길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의 생활질서 위반사범을 단속한 적이 있는데,어느날 거리에 나갔다가 경찰에 잡혀있는 사람들을 보니 어디로 보나 상당한 교육을 받았을 청·장년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을 보자 5·16직후 군인들이 길에서 생활질서 위반사범을 단속하던 광경이 떠올랐다.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그동안 높아진 교육수준은 공공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한 것일까.

서울시 교육청은 2학기부터 서울시내 국민학교 1·2학년생의 필기시험을 전면 폐지하고,암기위주의 점수경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성과를 평가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3∼6학년생의 시험도 국어·산수·사회·자연 등 4과목에 한해 학기당 1회 이내로 제한하고,주관식 문항을 50% 이상 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은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큰 방향전환을 뜻하는 것이며,다른 시도에서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방향전환에 가장 중요한 기둥이 되어야할 부문은 생활질서 교육이다. 한국인들의 고질병인 「공공질서 불감증」을 가장 확실하게 고칠 수 있는 곳은 국민학교다. 물론 가정에서도 생활예절을 가르쳐야겠지만,학교가 먼저 점수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방향전환을 선도해야 한다. 학교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고,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고,차례를 기다릴 때는 줄을 서고,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 등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공공질서를 안지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한 어린이가 어떤 어린이로 성장하는지에는 관심이 없고,「몇점짜리」인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우리 교육풍토다. 「고삐풀린 망아지」같은 「점수벌레」를 더이상 양산해서는 안된다. 국민학교에서부터 국어·산수 못지않은 비중으로,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활예절을 가르쳐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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