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안들고 깨끗한 공명선거 풍토를 정착시켜,투명한 정치를 실현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후 세번째 치른 「8·12보선」의 과열·타락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정치개혁은 멀었구나』하는 탄식을 할 수 밖에 없다.대구 동을과 춘천 두곳에서 실시된 보궐선거는 노골적인 지역선심공약과 돈봉투 난무,흑색선전,폭력사태 등 과거의 혼탁한 탈법·부정선거들을 그대로 재연한 선거였다는 느낌이다. 윤관 중앙선관위 위원장 조차도 「8·12보선」을 과열·혼탁선거로 규정하고 나왔을 정도이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부정·불법의 진상을 반드시 가려내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보궐선거가 과열·혼탁상을 빚은 것은 여야당이 마치 정당의 운명이라도 걸린듯 죽기살기식 싸움판을 벌인데서 비롯됐다. 그중에서도 집권당인 민자당의 책임이 큰 까닭은 선거기간중에 선관위에 적발된 21건의 선거법 위반사례중 10건이 민자당이 저지른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민자당은 두곳의 보궐선거 결과 산술적으로는 1승1패의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그 선거운동과정의 유례없이 타락·혼탁한 것이었고 그나마 대구 동을에서 크게 졌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참패」였다. 특히 TK세력 본거지에서의 패배는 김영삼정부의 개혁구도에 큰 짐으로 남아,그에 따른 민자당내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곳에서 전패한 민주당에게는 기사회생의 계기가 다시 올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집권 여당의 개혁구도엔 언제나 허점이 많은 법이고,여당이기에 뛰어넘지 못할 개혁의 한계도 있다. 여당의 이같은 빈틈을 야당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채 「바람몰이선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개혁의 대안을 제시했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이후 지금까지 제1야당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당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특히 야당 지도자들의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여야당은 이번 보선을 자성의 계기로 삼지 않아서는 안된다. 여야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저지른 타락·불법은 모처럼 이룩해가던 공명선거의 기틀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그 무엇으로도 면책되기 어렵다.
선거가 끝나면 모든 것은 끝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불법과 탈법선거를 저지른 자를 끝까지 밝혀내서 다시는 선거에 부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선거사범을 엄격히 다뤄야 한다. 김영삼대통령도 『혼탁선거의 원인을 철저히 가려 이를 뿌리 뽑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사범의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로 공명선거의 기틀을 다지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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