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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성공해야 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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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성공해야 한다(사설)

입력
199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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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김영삼대통령은 12일 국민 모두의 의표를 찌르며 전격 발표한 그의 특별담화를 통해 정말로 용기있는 역사적 결단을 보여줬다.

금융실명제 실시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해왔고 심지어 기득권층도 감히 내놓고 반대하기가 어려웠던 개혁과 변화의 명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6공 정부는 실시를 공약해놓고도 약속한 일정을 목전에 두고서 「경제적 파란」을 이유로 번번이 연기했다. 김 대통령은 12·18 대선에서 공약한 금융실명제 실시를 단행하기 위해 당선이후부터 꾸준히 전·현직 경제관료,학자 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꾸준히 타진,여론을 수렴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결단은 심사숙고 끝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금융실명제는 성공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금융실명제가 왜 실시돼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김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그 이유를 극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는 이 땅의 부정부패를 원척적으로 봉쇄할 수가 없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검은 유착을 근원적으로 단절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땅에 진정한 분배정의를 구현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확립할 수가 없습니다』

『금융실명제는 신한국의 건설을 위해서,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제도개혁입니다. …개혁중의 개혁이요,우리 시대 개혁의 중추이자 핵심입니다』 『…깨끗한 사회로 가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개혁입니다. 지하경제가 사라질 것입니다. 검은 돈이 없어질 것입니다』

김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지금까지의 금융 비실명은 우리 사회에서 「악의 꽃」 역할을 해왔음이 사실이다. 우리의 검은 돈의 규모는 가공하다.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 은행의 가명계좌는 총 1백만9천개,잔액은 1조2천65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경우는 지난 3월말 현재 2만5천9백여계좌에 1조1천5백억원으로 밝혀졌었다. 여기에 전 계좌의 10%선으로 추정되고 있는 차명계좌 27조원과 20% 정도가 가명거래되고 있는 CD(양도성 예금증서) 2조8천억원,국민주택 채권중 장기채(무기명) 6천억원 등을 합하면 가명거래 규모는 약 33조로 추산된다. 시중통화량의 약 30%에 상당한다고 하겠다. 엄청나다.

사실상 한국의 거의 전 기업체에 만연돼온 비자금(검은 돈)의 조성은 가명·차명계좌 등 금융 비실명제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계는 은행,증권회사,단자사,보험회사 등 제1,2금융권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돈의 흑·백을 가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돈세탁의 낙원」이라 하겠다. 이것은 국내의 「검은 돈」뿐만 아니라 해외의 「검은 돈」에게도 무대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금융실명제의 실시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국민적인 총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맞추도록 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경제에 미치게 될지 모를 부작용을 극소화해야 한다. 금융실명제 실시방안을 보면 상당히 강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경제적 충격의 완화를 위해 단계적 실시론을 주장해왔으나 이것이 채택되지 않았다.

○부작용 극소화해야

정부가 1,2금융권을 구별하지 않고 은행에서 상호신용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기관의 모든 계좌에 대해서 실명제를 적용키로 한 것은 효과의 증폭을 기대할 수 있어 적절하다 하겠다. 또한 기존의 가명계좌에 대한 실명화의 기간을 2개월로 한 것은 상당한 여유를 줬다고 하겠으나 자금출처 조사면제 한도를 최고 5천만원으로 제한한 것은 비록 세정목적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나 자금출처 조사를 엄격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비실명 금융자산에 대해서 자금인출 금지,고율의 과징금과 세금중과 등은 실명화를 불가피하게 한다. 비실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러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다.

한편 정부는 실명제의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용의주도하게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경식부총리와 홍재형 재무 등 주무 각료들은 부동산투기,자금의 해외유출,증권시장,중소기업의 자금난 등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느 것 하나라도 실패해서는 곤란하다. 부동산투기와 자금의 해외유출 등은 국세청 등이 「얼굴없는 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화할 것이므로 현 시점에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예상되는 난제는 증권시장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이다. 정부는 특별자금 공급대책을 세울 것이다. 그러나 주름이 없을 수 없다. 금융기관에의 예금 등 민간부문에서의 자금공급이 적어도 당분간은 위축될 것이다. 금융기관에 잡혀있지 않은 「검은 돈」은 돈의 정상유통과정에서 퇴장할 것이다. 금융기관에 갇혀있는 「검은 돈」은 실명화되어도 현금인출이 3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국세청의 특별관리를 받도록 할 계획으로 있다. 자금의 흐름이 축소,경직될 위험성이 크다. 가뜩이나 불황의 늪에서 계속 허덕이고 있는 경제에 어떤 짐을 줄지 불안하다.

○실패면 참담한 좌절

금융실명제 실시는 김 대통령으로서는 엄청난 도전이다.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한국을 선진국체제로 비약시키는 전기를 이룩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하는 경우 경제는 참담한 좌절을 겪게 된다. 성공한다해도 적어도 과도기적인 혼돈과 불확실성은 거쳐야 한다. 김 대통령의 「신한국」 「신경제」는 의식개혁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의 성패도 각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협력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한국에서 금융실명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인가.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데 국민들의 총체적인 협력이 필요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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