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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척결로 경제정의 실현/청와대 발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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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척결로 경제정의 실현/청와대 발표 이모저모

입력
199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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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재무차관 “휴가” 연막… 극비작업/경제비서관도 모른 10시간 보완김영삼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단안은 그동안 예상돼왔던대로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김 대통령이 특유의 「철통같은 보안」을 지키는 바람에 청와대내에서도 박관용 비서실장과 박재형 경제수석만이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은 12일 하오 7시부터 청와대 본관에서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 재정경제 명령안」을 의결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하오 7시35분께 춘추관으로 2층 기자회견장서 7시48분부터 12분간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김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에는 황인성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국무위원이 배석했으며 담화문 발표후 최창윤 총무처장관은 그 자리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긴급 재정경제 명령안을 공포하는 절차를 거쳤다.

○…김 대통령의 실명제 실시 지시가 처음으로 떨어진 것은 이날 상오 9시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94년도 예산보고를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부총리의 예산보고를 제지하고 실명제의 전격 실시를 지시하면서 이날 저녁의 긴급 국무회의가 끝날 때까지 보안유지를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총리는 즉시 기획원으로 돌아가 홍재형 재무장관 등 관계부처장관들과 후속대책을 협의했는데 실명제 실시에 관해서는 이미 지시만 내리면 즉시 시행할 수 있게끔 실무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차질을 빚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날 하오 1시가 넘어서면서부터 『무언가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감을 잡고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실명제 실시라는 확신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하오 1시30분께 이경재 공보수석을 전화로 찾았으나 자리에 없자 『평소 몇시에 퇴근하느냐』고 묻고는 다시 『저녁 6시10분까지 나가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이에 수석비서관들은 중대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심스럽게 그 내용을 탐문했으나 실명제 실시담당인 경제수석실의 이영택비서관도 끝까지 몰랐다는 후문.

○…이 공보수석은 하오 6시20분께 청와대 기자실에 나타나 빗발치는 보도진들의 질문에 대해 『저녁 7시부터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린다』 『회의가 끝난후 대통령 또는 경제기획원장관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변.

이 수석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하고 기자실을 나갔다는데 경제기획원장관이 발표할지 모른다는 점으로 미루어 경제관련 조치라는 것만 간접적으로 확인.

○「발표시점」 해석 다양

○…김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면서 바로 「이 시점」을 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경기가 좋지 않은 때를 택했다는 점.

이는 경기가 좋을 때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면 어차피 영향을 미쳐 경기가 꺾일 것이므로 실시가 필연적인 만큼 아예 이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열치열」식으로 경제문제의 돌파구를 열려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새정부 출범후 줄곧 국민들 피부에 와닿던 「개혁」이 조금씩 그 활력을 잃어가던 시점이란 점을 고려했으리란 분석이다.

○…금융실명제 전격실시는 김영삼대통령이 이날 하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 재정경제 명령안」을 발동하기까지 경제기획원장관,재무부장관과 차관,청와대 경제수석과 극소수의 실무진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채 극비리에 추진돼왔다.

준비과정에는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홍재형 재무부장관만이 참여했으며 11일 상오 청와대에서 열렸던 경제장관 회의가 끝난뒤 이들이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작업은 백원구 재무부차관이 청와대 경제기획 재무부의 휴가중인 공무원들을 소집,진두지휘했다.

○…백 차관은 지난 11일 휴가를 떠난다며 2일간의 과천청사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모처에서 이번 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재형 재무부장관이 이달초 휴가를 준비했다가 2번이나 연기한 것도 금융실명제 실시를 준비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뒤 홍 장관은 정부 제1청사 회의실에서 이경식부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고 백 차관은 제일은행 본점에서 전 금융기관장 회의를 주재,업무지침을 전 금융기관에 하달했다.

또 김용진 재무부 세제실장은 집안일이 생겼다며 과천청사를 일찍 벗어났고 김진표 세제실 제1심의관 등도 이날 하오 출처를 알리지 않은채 과천청사를 떠나 실무장소로 향했다.

한편 금융실명제 실시 발표이후 재무부는 관련국장 회의를 가졌고 담당직원들은 관청사에서 늦게까지 남아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 철야작업을 벌였다.

○…이날 실명제 실시 발표후 전 금융기관도 즉시 비상업무체제로 들어갔다.

한국은행은 이날 하오 5시30분께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지시를 받고 하오 6시에 임시 이사회를 소집,앞으로의 대책마련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정부의 업무지침 전달을 위해 이날 하오 7시30분께 제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기관장 회의에는 3백여명이 참석. 이들은 이날 하오 6시를 전후해 전화로 참석할 것을 통보받았는데 『사태의 심각성으로 보아 금융실명제 실시와 관련된 모임』일 것으로 추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이날 회의는 화급한 상황인 탓에 기관장이 나오지 못한 곳도 많았으며 실무대리가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경제기획원은 실명제 실시와 관련한 정책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실명제 실시이후의 후속조치 등 정책사안의 발표창구를 재무부로 일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날 하오 주요 간부들이 일제히 참석,언론기관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모습. 기획원은 실명제 전격실시를 앞둔 날이 상오 하계 휴가중인 주요 간부들을 급거 복귀시켰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청와대 발표가 날 때까지 발표내용을 모른채 대기하기도. 이경식부총리는 이날 상오 핵심 간부에게만 극비에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규식·박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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