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맞아 사경… 언론서 보도경쟁/영 후송기급파… 「반짝자선」 비판도이르마 하지무라토비치. 그는 전쟁의 포화에 찢긴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버려진 모든 어린이들의 희망이다. 5살난 이 소녀의 멈출듯 이어지는 가냘픈 숨결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선 사라예보의 또 다른 표정이다.
이르마는 지난달 30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쏜 박격포탄에 척추와 뇌,복부를 크게 다쳤다. 어머니 엘비라(30)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라예보병원에 후송됐으나 약품과 물은 물론 전기까지 끊긴 병원은 이 소녀의 생명을 구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됐다. 담당의사인 에도 야간야치는 현지 유엔관리들에게 매달려 도움을 요청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했다.
야간야치는 마지막 수단으로 외국기자들에게 호소했다.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9일자 영국 주요신문의 1면에는 병원침대에 웅크린 이르마의 사진과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앞다투어 「이르마의 비극」을 시간마다 내보냈다.
영국정부는 지체없이 특별기를 사라예보에 보내 이르마를 런던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어린이병원으로 후송했다. 때마침 사라예보에 몰아닥친 폭풍우로 모든 비행기에 이착륙 금지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르마를 태운 허큘리즈 수송기만은 예외였다.
로이터통신과 CNN TV를 비롯한 세계 주요언론들은 후송의 전과정과 런던 도착뒤의 용태변화를 중계방송하듯 전했다.
유럽 각국과 미국이 언론매체의 휘황한 광채 속으로 속속 뛰어들었다. 메이저 영국총리와 칼 빌트 스웨덴 총리는 11일 스톡홀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총 41명의 중환자를 사라예보에서 빼내오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등이 유사한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지난 16개월간 사라예보를 포위 공격해온 세르비아계까지 부상당한 어린이의 후송에 한해선 아무조건없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이르마가 부상으로 신음하는 수천명의 사라예보 어린이중 한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짝자선」이나 행운이 아니라 약품 구호물자와 의료진을 현지로 보내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르마는 인도주의적인 이유가 아니라 언론과 대중의 압력 덕분에 구조됐다』는 현지담당의 야간야치의 꼬집음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르마사건은 바깥세상이 사라예보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돌리게하는 계기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관심이 어느정도 실질적인 도움으로 연결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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