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에 따른 공직자 재산등록이 내일로 마감된다. 자발적인 형식으로 이뤄진 지난번 공개가 화산폭발과 같다면,처벌도 가능한 강제성의 이번 공개는 태풍 같다고나 할까. 또 한번 재산파동이 일어나지 않나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자의 범위도 넓어졌다. 정계가 다시 흔들릴지 모른다. 공직사퇴가 잇따르리라는 예상도 있다. 「재산공개」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재산이란 있어 걱정 없어 걱정이다. 있어서 걱정은 그것이 청부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공자는 부귀에 대해선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의롭지 못한 부와 귀는 뜬구름 같다」고 넌지시 비쳤다. 그는 청빈보다는 청부가 좋다고 생각했다. 악덕으로 누리는 부귀는 결코 용서 못한다는 신념을 지켰다. 찌든 가난에 비해 풍요가 언제나 바람직하다. 정재는 선망의 대상이지 비난거리는 아니다. ◆요즘 시중엔 별난 도둑의 별난 짓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 국회의원 집에 침입해 돈가방을 훔쳐 뺏은 두 도둑이 지불정지된 1백만원짜리 고액수표를 이 거리 저 거리에 뿌렸다. 이 기행이 모자라서인가,언론사에 전화를 거는가 하면 수표뭉치에 편지까지 던져놓고 꽁꽁 숨어 버렸다. 경찰은 오리무중의 범인을 잡으려고 몽타주까지 만들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제법 「의적」이라도 된듯 가소로운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것이다. 누가 진짜 도둑이냐고 부정축재를 호되게 꾸짖는 내용을 편지에 또박또박 적어 놓았다. 속셈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경찰 수사도 그래서 혼선을 일으킨다. 단순강도냐 원한이냐 아니면 제3의 뜻이 있는 것인가. 도둑들의 행각과 더불어 궁금한 것은 피해자의 침묵이다. ◆도둑이 축재과정에 시비를 거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란 말이 생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피식 웃고만 넘길 수 없는게 오늘의 세태이다. 청빈을 존경하되 청부를 소중하게 여길줄을 알아야 한다. 정신이상의 도둑이라도 청부를 희롱의 대상으로 삼지는 못하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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