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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금융」 파고넘기 불안/은행기능 크게 낙후/한은 보고서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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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금융」 파고넘기 불안/은행기능 크게 낙후/한은 보고서발표

입력
1993.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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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나친 간섭 여수신 관리능력 상실/각종 비용 높은 예대마진으로 국민전가은행의 기본기능은 시중 여유자금을 모아 투자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이를 원활히 공급해 주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들은 오랜 관치금융시대를 지내오면서 이같은 기본기능을 상실했고 이는 결국 자본시장 개방과 금리자율화 등 다가올 「자율금융」시대를 맞아 금융산업 발전의 커다란 장애가 되고있는 것으로 9일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우리나라 은행기능의 낙후상」이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지금까지 자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여수신 관리능력과 업무효율성을 잃어버렸으며 이로인해 발생되는 각종 비용이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업무중 가장 후진성이 두드러진 부문은 금융거래의 신용화수준. 작년 국내은행 총대출중 담보대출의 비중은 50.2%로 일본의 38.3%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담보물중 부동산 담보비율도 일본의 73.3%에 비해 우리나라는 83.6%에 이르고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담보대출 선호경향은 여신심사 채권관리 등 은행 고유업무가 정치권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좌우됐던 것에 신용거래 대신 안전성 높은 부동산담보만을 선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포식 경영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수신관리의 자율성 상실은 은행대출을 지명도 높은 대기업으로 집중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채권보전을 위해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있는 대기업에 또 다시 거액의 돈을 다시 빌려줌으로써 은행경영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었던 것이다.

수년전만 해도 「유일한 금융기관」의 지위를 누렸던 은행들은 업무처리와 고객관리의 후진성,그리고 인사 예산 점포행정 등 모든 면에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규제하는 정부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 시중 여유자금을 제2금융권으로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총금융거래에서 은행의 비중은 수신의 경우 지난 80년 69.1%에서 34.2%로 여신은 63.8%에서 45.2%로 각각 줄어든 반면 단자 보험 등 제2금융기관들은 같은 기간동안 수신과 여신이 30.9%와 36.2%에서 65.8%와 54.8%로 각각 높아졌다.

시중의 여러가지 예금을 모아 생산부문의 장기자금으로 융자해주는 것은 은행업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은행권 총대출중 1년이상 장기융자금의 비중은 80년 20.3%에서 지난해 16%로 감소했다. 또 총대출금중 가계대출 비중도 88년 18.1%에서 지난해 22.2%로 늘었으며 이는 92년 일본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중 16.8% 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형상은 은행들이 자금회수와 부실위험성이 높은 생산부문의 장기대출을 꺼리고 소비성 가계대출을 선호하면서 단기적 재테크에 치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낙후된 경영은 결국 파생되는 각종 금융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보상되어왔다. 국내은행들의 예금·대출금리 차이는 91년 기준 약 4.7%로 일본의 2.2%와 미국의 3.9%에 비해 크게 높다. 은행들은 자체부실과 금융중개 비용을 높은 예대마진으로 보전해왔으며 이는 결국 은행들의 낙후성을 예금자와 차입자가 대신 책임지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보고서는 은행의 낙후성이 회복돼 변화하는 금융환경에서 적응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은행경영의 자율성이 확보되고 ▲인위적 금리규제 철폐 ▲정책금융 축소 ▲간접적 통화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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