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전담반 무리한 체포 드러나/흑인·극좌군중들 잇단 항의시위영국정부가 불법체류 혐의로 강제 추방하려던 자메이카 여성이 연행과정에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자메이카 출신의 조이 가드너(40)란 이 여성은 지난달 28일 런던 북부의 집을 급습한 이민국 관리와 경찰의 연행에 저항하다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87년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뒤 기한을 넘겨 체류중이었다. 가드너는 응급처지뒤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1일 숨지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런던경찰은 3일 사건 당시 현장에 동원됐던 불법이민자 추방전담반 소속 경관 3명에 대해 직무수행을 중지시키는 한편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 전담반의 활동을 중지토록 조치했다. 1차 부검결과 가드너는 뇌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져 연행과정에서의 몸싸움에서 비롯된 충격이 사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선진국중에서 불법입국자에 대한 규제가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사건에 동원된 추방전담반은 80년대초 런던 경찰청 산하에 20명으로 구성된 특수반으로 내무부 이민국이 불법이민자 연행과정에서 폭력이나 저항이 예상될 경우 요청하면 투입된다. 지난해 영국정부는 8백51명의 불법입국자를 강제추방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방전담반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담반은 일반 경찰에게는 금지된 수갑을 사용할 수 있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이 부분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유족들은 전담반이 가드너를 연행할 때 5세짜리 아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우는 등 무리한 수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영국정부는 이번 사건외에도 강제추방 과정에서 지나친 방법을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아 인권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디언지에 의하면 나이지리아인 도로시 엥워케디는 지난달 9일 새벽 6시께 이민국 관리들에게 체포돼 나이지리아로 송환됐다. 그녀는 관리들이 공항에서 수갑을 채우고 자신의 다리를 테이프로 동여맸으며 입에도 테이프를 붙여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뒤 비행기가 이륙한지 두시간쯤 지나서야 수갑과 테이프를 풀어주었다고 주장했다.
가드너 사망사건이 발생한뒤 흑인들과 극좌파 계열의 일부 군중들은 관할지역 경찰서 앞에 몰려가 이틀 연속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사건발생뒤 자체 민원실을 통해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런던 출신의 흑인 국회의원 버니 그란트(노동당)와 대책을 협의하는 등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 이 사건이 과거와 같은 흑인폭동으로 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민자에 대한 영국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서 비롯됐고 대상자들이 주로 흑인 등 유색인종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런던=원인성특파원>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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