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면적 폭발적 증가/광란투기 불붙여 거품경기 재연 우려건설경기가 비정상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우리 경제에 다시 거품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경제가 전반적으로 불경기의 수렁에 빠진 가운데 유독 건설경기만이 과열양상을 나타내기 시작,경제계 일각에서 89∼90년의 건설경기 과열사태로 각종 부작용을 빚어냈던 거품경제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년여동안 침잠해있던 국내 건설경기는 올들어 서서히 오름세로 반전,최근 급속도로 달아오르는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건축허가 면적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건설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중 건축허가 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38.9% 증가한 1천8백여만평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의 경우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건축허가면적이 무려 81.4%나 늘어났다. 증가세가 급격한 것도 문제지만 이같은 증가세가 공업용이 아니라 상업용과 주거용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활동과 관련이 없는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과열이 발생,우리 경제에 다시 거품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과열증후군은 건자재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요급증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일부 품목은 품귀현상이 빚어져 건축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철근의 경우 메이커들이 해외수출을 줄이면서까지 내수물량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공급이 달려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지난해말보다 가격이 20∼30% 가량 올랐고 합판도 최근 유통시세가 작년말에 비해 30% 가까이 올랐다. 정부당국이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나설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축경기가 이렇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지난해까지 시행됐던 상업용 건물신축 규제가 올들어 전면 해제되고 주택건설 물량 할당제 역시 폐지돼 그동안 대기중이었던 건축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열기가 너무 지나쳐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과열 건설경기는 숙박·요식·서비스·위락시설 등 소모성 건축이 주도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상반기중 상업용 건물의 건축허가면적은 전년동기에 비해 85% 늘어난데 반해 공업용은 9% 증가에 그쳤다. 또 이 기간중 국내 총건설수주액 가운데 민간제조업체가 발주한 사업은 전년동기에 비해 7.1% 감소한 반면 비제조업 부문의 발주규모는 20.2% 증가,건설과열의 왜곡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경기가 전반적으로 빈사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건설경기만 불붙고 있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중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8.5%로 작년동기대비 2.2%포인트나 떨어졌고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기계류 수입허가액도 15%나 감소,투자결빙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실업률도 최악의 상황이다. 일부에선 정부가 신경제정책의 효과가 지지부진하자 외형적인 지표만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건설부문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으로 볼 정도다.
관계전문가들은 경제부진속의 이같은 건설과열 양상은 심상치 않은 불길한 징조라고 단정하고 자칫 우리 경제를 멍들게 했던 거품경기를 재연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플레 우려를 무릎쓰고 공급을 늘린 통화가 생산적인 사용처를 못찾고 먹구름처럼 몰려있는 마당에 건축경기만 유독 불붙고 있는 양상이 위험천만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땅값이 쌀때 미리 집 지을 땅을 확보해 투자해서 토지가격이 심상찮은 동향을 보이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여러가지 잠복요인들이 사방에 깔려 있어 자칫하다가는 생각지도 못한 광란투기에 휘말려들어갈 위험성도 있다는 우려들이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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