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논리·과거사 배려대신/시장개방 요구 더욱 거셀듯일본의 정권교체로 한일경협관계에 상당한 변화와 마찰이 생길 것으로 전망돼 정부와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일정한 조정국면을 거쳐 새로 정립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상태로 보아서는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게 전개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경식부총리는 이와 관련,9일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대외협력위원회를 열어 일본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대외경제정책 전략을 관계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뒤 한일경협의 새로운 발전방향에 대해 집중논의해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고위당국자를 단장으로 한 대규모 민관합동투자유치단을 다음달 일본에 파견할 계획이다.
한일경협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일 양국을 비공식적으로 연결해 줄 인맥(파이프 라인)이 끊겼다는 점이다. 특히 재계의 경우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박태준 전 포철회장 등을 이을만한 일본통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새로운 인맥형성에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신정부출범과 관련,앞으로는 공식채널을 통해 주요 현안을 처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식채널 못지않게 비공식채널의 가동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 청산절차를 거친뒤 우리나라에 대해 가장 먼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은 시장개방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일본의 신정부는 정신대문제 등 우리나라와의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는 대신 미국이나 EC(유럽공동체)와 대등한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수입선 다변화정책을 통해 일본상품에 대해서만 차별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특정국가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의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본은 한일간의 특수관계를 고려하여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일본의 정권교체가 사실상 확정교체된 7월 수입선 다변화품목을 현재 2백58개에서 97년말까지 전발이하로 대폭 축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우리가 정신대 문제 등 비경제적인 분야에서는 일본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내줄 것이 많은 상황으로 한일관계가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전도 앞으로는 순전히 상업베이스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제까지는 안보논리와 과거사 등을 감안하여 특별케이스 형태로 주요첨단기술의 이전이 일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배려를 기대할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정부는 현재 지적재산권 보호에 있어 일본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우리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함께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시장 개방에 있어서도 차별적 대우를 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한일경협이 이제까지 경제논리보다는 안보논리와 과거사 등이 어우러져 추진된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협추진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한일경제관계가 대등한 수준으로 바뀔 경우 대일무역 역조가 눈덩이처럼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한국경제의 일본예속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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