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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성교육 필요하다”(고교 교육을 살리자: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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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성교육 필요하다”(고교 교육을 살리자: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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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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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교사 배치·교재개발등 급선무/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도 바람직『성교육이요? 양호선생님이 비디오를 보여주며 임신과 출산에 대해 가르쳐주시는데요 다 아는 내용이라 열심리 듣는 학생은 없어요. 딴 공부를 하거나 휴식시간으로 생각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에요』(서울 S여상 2년 이모양)

『과학 Ⅰ 생물단원 수업시간에 배웠어요. 남녀의 생식기 구조 등에 관한 공부죠. 학교에서 그런 걸 배우니 재미있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애들은 계속 킥킥거렸어요. 생물학적인 지식인데다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이어서 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성교육이라고 하기도 우습네요』(서울 K고 2년 김모군)

고등학교 시절은 신체적으로 남녀별 성적 특징이 완성되고 정신적으로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높아진다. 실제로 고교생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은 활발하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고교생의 64.4%가 음란사진을 본 경험이 있으며 34.7%는 음란비디오를 시청했다. 35.5%가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고 성관계를 가져본 학생도 6.6%에 이른다.

부모나 기성세대는 고교생을 대입준비에 정신이 없는 미성년으로 간주하지만 이들은 성인 못지 않은 강한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이들은 성행위를 통해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금지된 「성적실업자」이며 바로 이런 상황때문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YMCA 청소년상담소 이명화간사는 『청소년의 성문제는 이제 회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고교생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성문제라는 것이다.

이씨는 『YMCA뿐 아니라 대부분 청소년 상담소에 걸려오는 전화의 주류가 성문제 상담이다. 왜곡된 성지식을 배운뒤 엉뚱한 걱정을 하다가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수업 겉핥기 그쳐

그러나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형식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다.

현재 고교의 성교육은 독립교과가 아니라 생물·가정교과 등에서 부분적으로 실시된다. 또 실용적인 지도는 양호교사가 담당하게 돼 있다.

인문계 공통과목인 과학Ⅰ 생물편은 「생명의 연속성」 단원 「사람의 생식」부분에서 성교육을 다루고 있다.

한 검인정 과학Ⅰ 교과서 「사람의 생식」부분은 배우자의 형성,배란과 월경주기,수정과 임신 등 3단락으로 나뉘어 모두 4쪽으로 구성돼 있다. 목차와 분량으로도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생식에 관한 기초지식만 간단히 가르칠 뿐이다.

가정교과서에서는 「가족생활」단원 「결혼」부분에 이성교제가 몇줄에 걸쳐 소개돼 있으며 「아동양육」단원에 순결과 임신을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다.

양호교사의 경우 1주일에 6시간씩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실시하라는 지침이 있으나 입시과목에 밀려 대부분 다른 과목 교사의 결근 등으로 비는 시간이 있으면 들어가 시간을 메우는 식이다.

교과서의 내용만큼이나 실제 수업내용도 입시위주의 교육환경 등으로 빈약하기 그지없다.

서울 S고 신영희 양호교사는 『주로 비디오 등 보조교재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는데 내용이 조잡해 흥미를 끌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강남의 K고 이기수 생물교사는 『수업시간중 교과과정을 넘어서 실질적인 성교육을 실시하다가 학생들로부터 「시험에도 안나오는 내용을 가르친다」는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구처럼 가정에서 성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갤럽조사결과 고교생이 성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경로는 친구가 50.5%,잡지·서적이 21.4%였다. 반면 선생님이 성지식의 정보원인 경우는 22.9%,부모나 형제자매는 4.0%였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만족 못하는 학생들은 친구나 잡지 등 다소 은밀하고 비교육적인 경로로 성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지식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성을 올바로 이해해 합리적인 성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보다 성을 흥미의 대상으로 설정해 충동적인 성행동을 유발한다.

사회환경도 이들의 성적 충동을 더욱 자극한다. TV쇼프로그램에서는 아슬아슬한 옷차림의 남녀가 뒤영켜 춤추는 장면이 나오기 일쑤이며 선정적 표지사진과 자극적 제목이 눈길을 끄는 잡지들이 가판대를 채우고 있다. 남녀관계가 묘사된 영화나 비디오는 쉽게 접할 수 있고,음란 비디오테이프·잡지 등도 널려 있다.

김모군(17·서울 K고 2년) 등 중학교 동창사이인 고교생 3명은 지난 3월초 동네 레스토랑에서 만나 주변에서 들은 성에 관한 지식들을 주고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흥분해버린 김군 등은 김군이 폰팅을 통해 사귄 배모양(15·여중 3년)과 친구 등 여학생 2명을 야산으로 유인,『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해 차례로 성폭행했다.

또 최모군(16·서울 K고 2년)은 지난해 12월13일 학교친구 2명과 함께 음란비디오를 본뒤 최군이 미팅서 만난 임모양(15·여중 3년)을 노래방으로 불러냈다.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임양을 덮친 최군 등은 교대로 욕구를 채우고 태연히 노래방을 나갔다.

지난 1일 뒤늦게 경찰에 적발된 이 두 사건은 체계적 성교육 부재의 틈새를 파고든 그릇된 성지식과 유해환경이 결합된 결과다.

외면하고 싶은 이같은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서울시내 일선경찰서가 서울지방경찰청에 매일 아침 보고하는 강력사건 가운데 청소년의 성폭행이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국제경찰기구 집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강간범죄 발생률은 세계3위이며,이중 36%가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진다.

여학생들도 성교육 부재로 그릇된 길로 빠지는 수가 많다. 남성의 성적 특징에 무지해 쉽게 성폭행 대상이 될뿐 아니라 무절제한 이성관계 끝에 가출을 하는 경우도 잦다는 것이 YMCA 청소년상담소측의 설명이다.

교육전문가 노동채씨는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청소년의 성인식도 과거에 비해 크게 앞질러가고 있으나 학교와 가정에서는 성문제를 방치,학생들을 고민과 방황에 빠뜨리고 청소년 성폭력을 사회문제로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정서도 관심을

노씨는 유명무실한 학교 성교육이 제자리를 찾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네가지를 제시한다. 첫째,학교의 성교육체계를 바로 세우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성교육이 독립교과로 정규과정에 포함돼야 한다. 셋째,학교에 성교육을 전담하는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넷째,성교육에 관한 각종 자료의 개발과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노씨는 또 성교육의 특수성으로 미루어 학교와 가정과의 상호협력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참교육상담소 이흥구교사는 학생의 성교육은 사회 전체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입시공부만 강요하는 교육현실,여가를 건전하게 쓸 수 있는 청소년문화의 부재,개방사회에도 계속되는 봉건적 가치관,청소년까지 성상품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상업주의 등이 온존하는 한 청소년 성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 모두가 청소년의 성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덴마크선 어떻게 가르치나/유치원부터 인체교육통해 성이해 도와/청소년클리닉 설치… 피임문제등 상담

잘 알려진대로 북구는 성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다. 그러나 개방이 무절제나 방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구의 성문화는 어릴 때부터 받아온 성교육에 의해 형성된 올바른 성지식에 의해 뒷받침된다.

덴마크는 국민학교 3학년부터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성교육은 유치원과정에서 시작된다.

유치원생들은 먼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배우기 위해 수업시간에 함께 목욕을 간다.

또 아기의 생성과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피임에 대한 논의도 이끌면서 교사들은 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국민학교과정의 성교육은 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교사들은 어린이들에게 인체그림을 그리도록 하면서 성교육을 풀어나간다.

어린이들은 평면의 인체만 그리기도 하고 부푼 가슴,잘록한 허리,심지어 생식기까지 자세히 그려놓기도 한다. 그림을 보고 교사는 그 어린이의 성교육수준을 정한다.

국민학교에서는 「나무는 어떻게 열매를 맺는가」 「동물은 어떻게 새끼를 낳을까」 등 동식물의 생명탄생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출생도 설명듣는다.

덴마크 국민학교는 입학에서 졸업까지 동일한 교사아래서 지도를 받은 독특한 교육제도로 운영된다. 따라서 담임교사가 성교육을 담당하며 교사는 성교육 수업의 내용과 범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더욱 깊이있는 성교육을 받은 덴마크 학생들은 고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배운다.

인간다운 성이란 무엇인가,성교에는 어떠한 책임이 따르는가,피임법의 종류와 실시법은 무엇인가를 익히는 것이다.

고교에서는 피임교육이 강조된다.

수업시간에 교사는 피임기구를 직접 보여주고 사용법을 가르친다. 남녀 학생들은 함께 콘돔을 돌려가며 성교육 교재로 개발된 플라스틱 음경에 씌워보기도 한다.

성교육에는 교사외에 학교의사와 청소년클리닉도 한몫을 한다.

학교의사 1명은 10∼20개교의 성교육과 건강진단을 전담한다. 흔히 학교의사의 성교육 강의엔 상근 양호교사가 따른다.

청소년클리닉은 피임클리닉 등 총 21개가 청소년 성문제와 피임을 상담한다.

70년대들어 성교육을 강화한 이후 덴마크에서는 강간 등 성폭력사건이나 인공유산이 훨씬 감소했다고 한다. 포르노영화관 등 섹스산업도 오히려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이원락·김현수·장인철·여동은·현상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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