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과 불화설등 풍문 무성/“침묵이 약” 파장 줄이기인듯/김 대통령 신임 여전… “정기국회부터 달라질것”김덕용 정무제1장관이 요즘 조용하다. 김 장관은 정치적 행사를 주관하거나 강연에 나가지 않는다. 민자당의 고위당직자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지만 옛날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얼마전 각종 행사에 참석해 개혁론을 외치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의 침묵은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
정치권에선은 은신에 가까운 그의 행보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형우 전 총장의 낙마이후 자신으로 집중되는 「저격수」들의 겨냥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에서부터 『김영삼대통령을 소리없이 보필하려는 충정』이라는 이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보신과 충정의 접합』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장관의 의중에 접근하기 위해선 우선 그가 스스로 감추기 시작한 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5월과 6월초 그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개혁의 당위성을 단호하게 표명하기도 했고 당시의 민감한 현안이었던 슬롯머신사건과 정치구도에 대해서까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계의 좌장격인 최 전 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뉴스였다.
김 장관측은 당시 『원칙론을 얘기한 것일 뿐인데 확대해석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사정기관을 둘쑤셨고 정치권의 신경세포를 경직시켰다. 특히 15대공천의 물갈이론은 민자당내 민정계와 공화계의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민주계에서조차 『평지풍파를 일으킬 시점이 아닌데…』라는 아쉬움이 나왔다.
그때부터 김 장관은 가능한한 말을 아끼기시작했다. 기자들이 면담을 신청해도 선약이나 일정을 이유로 회피했다. 의원들과의 회식이나 모임도 주선하는 것 같지않다.
이런 전후관계를 보면 일단 김 장관은 자신으로 인한 파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은신의 행보가 두달이상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불협화음의 축소노력으로만 보기에는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무장관이라는 자리가 당정·여야를 연결하는 가교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연의 임무에 너무 소홀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의 흐름이 다소 주춤거리는듯한 징후가 나타나고 민정·공화계의 복원력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의 침묵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최 전 총장이 민정·공화계의 중진의원들을 활발하게 만나는 일이 벌어졌다. 최 전 총장의 활동재개와 김 장관의 침묵은 또다른 풍설을 자아냈다.
『최 전 총장에게 당내화합을 위한 밀명이 내려졌다』 『최 전 총장과 김 장관의 사이에 알력이 생기고있다』 『김 대통령이 김 장관을 멀리한다』 등등….
김 장관측은 민감한 뒷얘기들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고있다. 다만 최 전 총장과의 관계악화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한다. 『민주계내의 내분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면 헛소문의 진원을 짐작할 수 있지않느냐』는 것이 김 장관측의 주장이다. 즉 수구세력의 음해라는 논리이며 같은 맥락에서 민주계 「맏형」과의 불화설은 사실여부를 떠나 서로에게도,김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침묵이 약」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김 장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신임여부.
『최근 DR(김 장관의 약칭)가 대통령과의 독대는 고사하고 전화조차 못한다더라』는 풍문들이 사실이라면 김 장관의 은신은 그야말로 세불리에 의한 보신일따름이다.
김 장관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와대주변을 탐문해보면 김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함을 알수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김 장관을 찾는 대통령의 전화가있고 일요일에도 연락이 오간다는 후문이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독대도 종종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계의 한 인사는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김 장관을 더욱 찾을 때이다. 김 장관에 대한 여러 얘기는 상도동의 연이 얼마나 강한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추측일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와중에서 김 장관측은 『9월 정기국회부터는 달리질 것』이라고 예고한다. 달라진 모습이 어떤 것일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의 정기국회가 국정감사,개혁입법처리 등을 다루는 새정부 개혁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그의 움직임은 정치향배의 가늠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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