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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경영개혁운동 이건희 삼성회장(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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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경영개혁운동 이건희 삼성회장(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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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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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경제성패 좌우”/양보다 질우선… 삼성 뿌리째 바꿀것/선진현장보며 우리실력 바로볼때/애국차원 자동차산업 신중 검토중/「싹쓸이」 정치문화로 경제 후퇴… 기업인 정계외도도 잘못/신변관련 각종 루머 반대세력의 조작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최근의 대대적인 경영개혁운동과 관련,『5년간의 일정으로 사력을 다한뒤 일류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회장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최근의 정부정책에 대해 『개혁은 분명히 필요하며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전제,『정부가 외부변화에 민감한 경제의 생리를 좀더 잘 파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일 일본 동경 오쿠라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활동의 3가지 요소인 사람 자금 땅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심해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기업투자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2월부터 해외전략회의의 형식을 통해 파격적인 경영개혁운동을 진두지휘,일본에서의 7차회의를 끝으로 일단 1단계 해외회의를 마무리한 이 회장은 이날 하오 4시40분부터 2시간20여분간 동경 오쿠라 호텔에서 한국일보를 포함한 국내 주요일간지 4개사와 공동인터뷰를 가진뒤 본지와 단독인터뷰에 응했다. 이 회장은 6개월에 걸쳐 주야로 강행된 선진국 기간시설 방문과 심야간담회에도 불구,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재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삼성의 경영개혁운동은 왜 시작됐으며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난 6개월을 개인적인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6년은 지난 듯한 느낌입니다. 문제의 출발은 우리자신의 진짜 실력을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나와 회사의 중역이 서로 따로따로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중역과 일반직원,크게는 기업과 정부가 각각 따로 따로 겉돌아 나라경제 자체가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음을 느꼈지요. 그래서 선진국의 요소가 무엇인지 파고들기 시작했고 기업차원에서 「양경영」이 아닌 「질경영」으로 나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의 진짜 실력은 어떤 수준입니까.

▲80년대까지의 고도성장은 몇까지 변수가 결합돼 가능했습니다. 지리적으로 경제대국인 일본이 바로 옆에 있고 상당수 국민이 일본어를 알고 있다는 점,자금과 기술이 일본을 중심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점,조상들이 대부분 논팔고 소팔아서라도 자식교육에는 열성이었다는 점 등인데 이중에서 우리것은 교육 하나뿐입니다. 기업가들이 「내가 잘나서 고도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외국자본,외국기술,외국기계 없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수 있습니다.

○완벽한 상품 만들자

­수십억원씩을 들여 해외에서 회의를 갖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선진국의 현장을 직접 보면서 질,일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수 있습니다. 듣는 것과는 전혀 다르지요. 특히 선진국을 돌아 보면 기간시설(인프라스트럭처)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판가름하는 요소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엔 공항이 3개가 있습니다. 2백만평 규모의 국제공항,20만평 규모의 중형 국내선공항,15만평 규모의 소형공항 등이 갖춰져 있는데 이런 도시가 독일엔 여러개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일의 경쟁력입니다.

­「질경영」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종전까지는 밤을 새며 한개라도 더 만드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제는 하나를 덜 만들더라도 불량이 없는 물건,현재의 기술수준에서나마 완벽한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질을 무시하고 상품을 만들다간 높은 불량률때문에 회사를 꾸려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습니다. 최근에 투자도 극도로 부진,도무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업활동의 3가지 요소는 사람 자금 땅입니다. 인건비의 경우 노동력의 효율에 비해서는 선진국보다 2배이상 비쌉니다. 특히 상층부로 올갈수록 경쟁력은 더 떨어집니다. 자금은 6공때보다는 나아졌으나 해외차입은 여전히 허가제입니다. 공장을 짓겠다고 땅을 사도 죄인취급을 합니다. 외국에서는 첨단산업의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땅을 절반값으로라도 주려고 하는데 우리가 수도권 일대에 반도체 설비확장을 위해 땅을 요구하면 다들 미쳤다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64메가D램 이후엔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이 땅 부족으로 해외로 나가야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니 어떻게 투자가 되겠습니까. 앞으로의 5년이 21세기의 한국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신공한건설과 고속철도 사업이 다소 연기되는 분위기인데요.

▲고속철도는 몰라도 신공항건설은 지연되면 절대로 안됩니다. 가장긴 시간 비행하는 보잉 747기가 미국 유럽에서 한계비행시간인 12시간 안팎을 날아와 기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건설하면 동남아,동북아의 주요 기착지가 될 수 있습니다. 공항은 단순한 기간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입니다. 대당 1만달러의 기착료와 엄청난 비행기 기름값만쳐도 수익이 적지 않습니다.

­자동차산업에는 진출할 계획입니까. 진출한다면 정부의 업종전문화 정책과 서로 상충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경제규제 더풀어야

▲나름대로 자동차산업의 사업타당성 등을 검토중입니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논리로 볼 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가 더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생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만일 자동차를 한다면 애국심 때문에 부담을 스스로 떠안고 하는 것입니다. 삼성의 전기전자 항공 중공업을 다 협쳐도 외형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절반밖에 안됩니다. 업종전문화도 기업의 규모와 질이 문제입니다. 일본은 자동차수출액이 8백50억달러,전자수출액이 8백달러로 자동차가 앞서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 30억달러,전자 2백20억달러로 자동차 수출여력이 아직 많다고 봅니다.

­자동차에 진출한다면 어떤 방식을 택할 것입니까.

▲다직 진출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한다면 세계 톱10중의 하나와 50대50의 합작이라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동차의 전자부품 비율이 25∼30%,10년뒤엔 50%로 늘어납니다. 따라서 전자와의 보완관계가 중요합니다. 일본은 엔고로 인해 자동차산업이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으며 미국 독일은 중국 동남아시장을 노리고 한국에 진출하려 할 것이고 삼성의 신용은 여기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새 정부 경제정책,특히 김영삼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시각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이전 정부에 비해서는 경제적 규제를 많이 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합니다. 규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3,5,6공에서 기회를 상실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도 좀더 과감하게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YS의 개혁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다만 경제의 미묘성,행정의 미묘성,프로경영인과 프로행정가의 심리를 더욱 깊이 파악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개혁과 건설은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과거 역대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싹쓸이」 문화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특히 79년의 12·12와 이후의 국보위는 정치를 1백년 후퇴시켰고 경제를 50년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과거문제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말고 백지위에서 재설계하는 입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올해말까지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모두 들추되 문제삼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재계 입장에서 반성할 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기업가는 기업일만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정치 등 다른 일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잘못된 풍토입니다. 부모들이 애써 키운 자식들을 맡아 보수를 제대로 못주고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것에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경영개혁운동을 5년간의 시한을 두고 전념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재산도 있을 만큼 충분히 있고 고상한 생활을 영위할 줄도 압니다. 단지 내 주변의 종업원부터 시작해서 내고향 내나라가 좋아지는데 어떤 역할을 해 나름대로의 보람을 찾자고 나선 것입니다. 5년간 사력을 다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후선으로 물러서든가,아예 은퇴하든가,자선사업 등 다른 일을 하든가 일단 회장자리는 떠날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1세와 다른 2세의 시각입니다.

○식사 하루에 한끼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하루에 한끼 식사한 지가 1년반이 됐습니다. 운동하지 않고 지내니 1천5백칼로리 정도가 필요한데 보통 3천2백칼로리 이상을 먹게 되더군요. 그래서 의사의 자문을 받아 하루 한끼로 줄이고 수시로 야채를 자주 먹습니다. 몸무게는 줄었지만 체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규제완화와 자율이라는 측면에서 덴마크의 교도소를 자주 인용하시던데요.

▲덴마크에선 민간이 교도소를 운영합니다. 정부가 형을 내리면 민간교도소가 형기만큼 죄인이 바깥으로 못나오게 합니다. 이 민간교도소는 초범들을 절대로 누범들과 함께 수감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범들이 교도소에 갔다가 나오면 교도소안의 프로들에게 수법을 배워옵니다. 교도소가 법죄양성소가 되는 셈이지요. 고정 관념을 깨야 합니다.

­이 회장은 21세기를 앞으고 지금이 커다란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

▲기본적인 의식주야 유지되겠지만 삶의 질적 풍요함을 누릴 수 있는 선진국은 못됩니다. 아시아의 4마리 용중에서 한국만 선진국 진입에서 탈락했다는 세계은행의 지적은 바로 위기의 구체적인 증거입니다.

­그동안 이 회장과 관련된 억측과 루머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자신이 이번의 해외회의에서 정면으로 대응,설명한 걸 회의녹화 테이프에서 봤습니다. 루머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내 건강은 직접 보면 알 것입니다. 또 지난 6개월동안 밤낮으로 직원들과 함께 일한 사실에서도 각종 루머가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업이 1세에서 2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거부세력도 있게 마련인데 거기서 그러한 얘기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내가 회장에 취임한게 87년말인데 지난해 이맘때에야 집안정리가 대충 매듭지어졌습니다(이 회장은 인터뷰에서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해외회의석상에서 식물인간설,엘리베티걸 사건설,자동차사고설,자녀 90명설 등을 명시하며 『스스로 해명하지 않고 있으니까 비서실 직원들마저 믿는 눈치였다』고 밝혔었다. 또 이 회장은 자녀를 다 낳은 후 12년전 시술했는데 이 사실을 부인과 둘이만 알고 있어 루머가 터무니없는 거짓임을 서로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털어 놨었다).

­다른 재벌 2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1세는 그냥 존재해고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2세는 집안으로부터 축복은 아니더라도 잡음은 없어야 하며 선대를 모시던 회사 임직원들이 다소 어리고 약하게 보는것도 극복해야 합니다. 거기다 사회의 일반적 인정도 받아야 합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게 본인과 기업에 좋다고 봅니다.

­골프에 대한 이 회장의 견해가 매우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로 스스로 룰과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골프장은 운동장이자 교육장소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그룹개혁을 위한 회의를 계속 밤에 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반 임직원들은 생활 리듬이 깨져 어려워하는 모습입니다.

▲기업이든 나라든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경영개혁 방향은 무엇입니까.

▲일단 과장급 직원 1만2천명과 올해말까지 직접 얘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성공하든 말든 나로서는 의무라고 봅니다. 나부터 변하겠습니다. 나의 변화가 간부,직원들에게 이어지면 삼성이 변할 것이고 재계와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대담 동경="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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