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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국한달/정치 눈에 없고 「통일연구」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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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국한달/정치 눈에 없고 「통일연구」 몰두

입력
1993.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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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설립” 학자들 잦은 접촉/정치발언 자제… “일상사 확대해석말라”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4일로 귀국 한달을 맞는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약속대로 정치영역을 벗어나 연구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에 전념해왔다. 특히 지난달 11일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이래 민주당 인사들과의 접촉도 거의 끊었다. 대신 수시로 학자들과 접촉을 갖고 「아시아평화재단」과 산하 「통일연구소」 설립계획을 논의하는데 매달려왔다.

김 전 대표의 활동반경은 동교동 자택과 건너편 아륭빌딩 7층의 연구재단 추진연락사무실,그리고 일산아파트를 잇는 선안으로 머물렀다. 주말에는 동교동에서 가족들과 지내고 주중에는 한두번 아륭빌딩 사무실에 들리지만 대부분 일산아파트에서 독서에 묻힌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측근들은 처음 손쉬운 것으로 여겨졌던 연구재단 설립작업이 상당한 시일과 노력을 요할 것으로 보고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 자신이 꼼꼼한 검토를 바라고 있으며 주변의 지원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것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있다.

따라서 김 전 대표는 당분간 평소 친분이 두터운 S대 H교수 H대 P교수 K대 C교수 등이 제시한 다양한 연구재단 운영구상을 검토,확정하는데 진력하게 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밝혔다.

또한 한때 쇄도했던 대학의 강의요청도 갑자기 뜸해져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귀국전부터 서울의 유수사립대가 차기총장직을 제안하고 연세대가 파격적인 조건의 특임교수를 제의하는 등 10여개 대학이 「DJ모시기」 경쟁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호의를 받아 학문에 정진해온 학자들에 누를 끼칠 수 없다』는 김 전 대표의 고사도 고사지만 7월 중순이후 대학들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돌변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 결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특강 1회,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세미나 1회,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세미나 2회 참석만이 2학기의 예정으로 잡혀있다.

한편 통일문제와 관련한 집필은 6일 여름휴가가 끝나는대로 곧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이에앞서 지난달 30일 하오에는 대학로 학전소극장(대표 김민기)에서 김지하시인의 담시 「오적」을 판소리로 옮긴 임진택씨의 창작판소리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영화 「서편제」 관람과 함께 전통문화에 대한 그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화제가 됐다.

김 전 대표가 그동안 민주당 관계자들이나 재야인사 학자들을 제외하고 접촉한 외부인사로는 김수환추기경이 눈에 띄는 정도일 뿐이다. 지난달 21일의 김 추기경 면담은 지난해 미 가톨릭대 명예박사 취득당시 부총장이었던 인연으로 친분을 맺은 윌리엄스 커 미 라로슈대 총장과 동행한 것으로 연구재단 설립 등이 화제였다고 알려져있다.

측근들은 김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를 대단히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다. 일상적인 움직임들이 확대해석돼 「오해」를 초래할까봐 우려하고 있다는 것.

13일의 「동경납치생활 20주년」 행사를 최대한 조용하게 치른다는 계획도 그 때문일 것이다. 서교성당에서 조용히 생환기념 미사를 올리고 재야인사들이 주최하는 기념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개혁이 잘돼야 한다』 『민주당이 강해져야 한다』는 등의 원칙론을 제외하고는 정치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또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귀국인사에서 밝혔던대로 「중립」을 지켜왔다. 다만 이기택대표가 보선 보이콧주장을 내놓고 당내논란을 벌일 당시 『저래서는 안되는데…』라는 논평을 혼잣말처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한달간의 생활을 통해 정계은퇴의 확고한 의지를 입증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정계,특히 민주당에 대해 그의 존재 자체가 갖는 영향력은 줄지않고 있다는게 당내의 주된 견해다.

이 대표가 최근들어 강경론에 기우는 것이나 김원기 최고위원이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DJ 영향력」을 반증하는 현상으로 파악한다.

자신의 의지와 행동과는 무관해 보이는 이같은 시선들에 대해 김 전 대표가 무관심을 지속할 것인지의 여부는 한달만으로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할 수 있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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