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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프랑화 폭락/「유럽 통화통합」 중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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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프랑화 폭락/「유럽 통화통합」 중대 위기

입력
199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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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금리인하 비협조로 투매현상 촉발/EC경제 큰 타격… ERM 붕괴론 고조프랑스 프랑화의 가치폭락으로 유럽통화제도(EMS)가 지난해 9월에이어 다시 중대한 시련을 맞고 있다.

유럽공동체(EC) 통화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주말인 31일과 1일 브뤼셀에서 긴급회담을 갖고 위기상황을 논의하는 등 유럽각국이 긴장상태에 빠져 있다. 프랑화의 폭락은 EC 경제에는 물론 유럽의 장래결정에 결정적인 정치적 의미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7월초부터 내림세가 두드러졌던 프랑화의 가치는 지난주 급전직하했다. 프랑화는 29일과 30일 EMS의 핵심요소인 유럽환율 체계(EMS)내에서 기축통화인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연이어 하한선을 기록했다. ERM는 EMS에 가입한 유럽각국간 화폐의 상호교환 비율을 인위적으로 일정한 범위내에서 제한통제하는 일종의 준고정 환율제이다.

프랑화는 마르크당 3.4305가 하한선인데 그이하인 3.433까지 떨어진 대투매현상이 일어났다. ERM제도는 이럴 경우 회원국간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개입,약세통화를 수호하도록 돼있다. 프랑스 국립은행과 독일의 분데스방크 등은 사상최대인 약 3백억달러를 풀어 프랑화를 사들여 주말 종장시세에서 간신히 하한선위로 프랑화를 끌어올렸다.

이번의 개입규모는 지난해 9월 영국파운드화와 이탈리아 리라화가 ERM을 탈퇴할때의 상황보다도 큰 액수이다.

이번의 유럽금융위기는 독일 분데스방크가 26일 핵심금리인 재활인율을 그대로 둔채 롬바르트금리(시중은행에 대한 단기대출금리)만을 내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재할인금리의 인하는 프랑스 등 유럽국가가 강력히 요구해온 것이었다.

고금리정책,강세프랑화 정책을 기조로 유지하면서 11.6%에 달하는 고실업률과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있는 프랑스에 독일의 금리인하는 선결 조건이다. 그러나 독일은 통독후 인플레이션의 증가로 금리인하에는 강경한 거부의지를 갖고있다.

독일의 외면으로 프랑화가 결국은 평가절하를 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외환시장의 심리가 프랑화에 대한 집중투매를 촉발시킨 것이다.

81년 미테랑정권 출범이래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여 온 경제기조는 「강프랑」 정책이다. 현 발라뒤르 우파정부가 그들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이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위기에 대처하려면 평가절하를 않는대신 ERM을 탈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프랑스가 ERM을 탈퇴하려 한다면 동시에 유럽통합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더 큰 문제에 부닥치게될 것이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단일통화 사용에 의한 EC통합을 주도해온 프랑스와 독일이 ERM내에서 상호 안정적 환율을 유지해 나가는 일은 EC통합에 대한 가장 확실한 의지의 상징이다. 빠르면 97년 늦어도 99년까지를 목표로한 통화동맹은 ERM이 붕괴하면 결코 이뤄질수 없는 것이다.

EC 긴급통화위는 현재 상하 2.25%인 ERM내 강세통화간의 환율 변동폭 확대 등을 고려하는 등 EMS유지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국과 이탈리아의 탈퇴로 이미 큰 상처를 입은 EMS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일부 언론들은 『게임은 이제 끝났다』고 표현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가 ERM을 탈퇴해야 한다는 사뮤엘슨 교수 등의 기고를 실으며 『최후의 승자는 시장이 될것』이라고 분석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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