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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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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독재국가서 반대세력의 제거방법으로 활용해온 숙청을 오늘날 북한처럼 철저하게 구사하는 나라도 없다. 북한정권의 발자취는 곧 반대파에 대한 숙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오래전에 숙청 또는 실각된 것으로 알려졌던 왕년의 핵심인물들이 최근 공식석상에 등장하여 눈길을 모았다. 한사람은 김일성의 실제인 김영주(71세). 모스크바 고급당학교를 나온 그는 노동당의 선전선동 및 조직지도부장을 지내며 박헌영 이승화 등의 남로당 및 김두봉 최창익 등 연안파 숙청에 앞장서 한때 제2인자로 군림했고 72년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소위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여 남한에도 널리 알려졌다. ◆김영주는 74년 5차 내각구성때 정무원 부총리가 돼 사절단을 이끌고 이집트와 동구를 순방한 이후 요인명단에서 사라졌다. 중병설에다 조카인 김정일 일파와의 권력투쟁으로 실각,사망했다는 설이 꾸준히 나돌던 그가 17년만인 지난 26일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탑 준공식에 얼굴을 내민 것이다. ◆또 한사람은 김병식 전 조총련 제1부의장(74세). 전남 무안 출신으로 일본 동북대를 나온 그는 60∼70년대초 한덕수에 이어 조총련의 2인자로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72년 가을엔 제1차 남북 적십자회담의 북한측 자문위원으로 서울회의에 참석,자유분방한 언행으로 화제를 일으켰으며 한덕수와 암투끝에 반당 종파분자로 낙인 찍혔고 72년 11월 재입북후 소식이 끊겼다. 한때 「교화」를 위한 장기구금설과 자살설이 나돌던 김 역시 21년간 행방이 묘연했다가 지난주 노동당의 들러리단체인 소위 사회민주당 중앙위원 회의에서 위원장(대표)으로 선출,건재(?)가 확인된 것이다. ◆북한이 한때 실세였던 이들을 파격적으로 선보인 속셈은 김부자의 「자애스러운 포용력」을 과시하려는 대내외 선전용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북한이 「숙청=거세·말살」 정책을 바꾼 것은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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