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횡포 부당” 고군분투하다 타계『우리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요소인 관치금융·경제풍토가 시정되고 구시대적 권력형 부패로 국민경제가 농락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국제그룹의 해체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72)이 냈던 소장의 일부이다.
그러나 소송을 맡아 공권력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는 위헌이란 법정승리를 이끌어냈던 장본인인 조영래변호사(당시 42)와 황인철변호사(당시 53)는 29일의 감격을 맛보지 못한채 이미 세상을 떠나 관계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양 전 회장이 권인숙양 성고문사건·망원동 수재민국가상대 손해배상사건 등을 도맡아 80년대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이름 날리던 조 변호사를 시민공익 합동법률사무소로 찾아간 것은 88년. 양 회장은 85년 국제그룹이 해체된뒤 3년간 기업을 부당하게 뺏긴 한을 풀려고 법적대응책을 모색했지만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변호사들로부터 거절당한 끝에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경으로 조 변호사를 찾았던것.
조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한뒤 전 국제그룹 직원들과 호텔방에서 밤을 함께 지새면서 소장과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당시 동료였던 윤종현변호사는 조 변호사가 『공권력에 희생된 경우는 누구라도 법률의 구조를 받아야하며 그 공권력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고 전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서울민사지법서 1심이 한창 진행중인 90년 12월 조 변호사는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 변호사를 이어 사건을 맡은 동료 황 변호사도 조 변호사와 뜻을 같이해 사건을 해결하려 애썼으나 민사소송 1심이 끝난직후인 지난 1월 간암으로 조 변호사의 뒤를 이어 타계했다.
윤 변호사는 『공권력 행사에 의한 사유권 침해의 부당성을 역설했던 조·황 변호사는 이번 위헌결정으로 오래도록 우리 법조인 모두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머리를 숙였다.<이영섭기자>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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