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전화 쇄도속 감회에 젖어/복대위/외견상 담당… 대책마련 부심/인수기업「국제그룹 해체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자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을 비롯한 과거 국제그룹 관계자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전경련 등 재계관계자들은 『과거 권위주의시대 정부의 초법적인 기업정책은 종지부를 찍고,자율적 기업경영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파장이 미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국제그룹 해체당시 그룹 계열사들을 인수했던 기업들은 긴장감속에서 긴급회의를 소집,대처방안을 논의하는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그룹해체 3년만인 88년 양정모회장과 임직원 10여명이 주축이 돼 구성한 국제그룹 복권추진위 사무실(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은 헌재의 판결을 전해들은 전 그룹관계자들의 축하전화가 쏟아지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
헌재의 위헌결정을 확인하고 결정이 내려지기 하루 전인 28일 이미 국제그룹 상호의 명함을 새로 만들었다는 복권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만 8년5개월동안 사필귀정이라는 신념 하나로 버텨왔다』며 감개무량한 표정.
복권추진위 김상준전무는 『국제그룹 재건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며 국제그룹의 재산을 찾기 위해 모든 계열사에 대해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시사했다.
○…국제그룹 계열사를 인수했던 기업들은 한결같이 『아직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외부에 공식입장을 표명하기를 자제. 이들 기업은 『주식반환 청구소송이 제기되더라도 확정판결이 날때까지는 긴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외견상 담당한 표정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 긴급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앞으로 예상되는 민사소송 등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움직임. 이들기업의 한 관계자는 『워낙 전례에 없던 일이라 어떤 식으로 상황이 전개될지,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당시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정부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
국제그룹 해체시 국제상사 등 5개사를 인수했던 한일그룹은 『정부와 당시 국제그룹 주거래은행이었던 제일은행의 방침을 살펴가며 대응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면서도 각 부서별로 인사 5개사의 경영현황에 대한 자료를 긴급히 챙기는 등 대처작업에 착수.
국제그룹 계열사중 핵심이었던 연합철강을 인수해 탄탄한 철강그룹의 입지를 확고히 해 온 동국제강그룹은 장상태회장이 해외출장중인 탓에 계찬 대표이사 수석부사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대책을 논의.
국제상사의 건설부문과 동서증권을 인수했던 극동건설은 이날 오전 회장지시로 김육곤 종합기획실장 주재 대책회의를 소집,점심도 걸러가며 인수당시 상황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재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돌입.
○…전경련은 이번 결정이 기업활동의 자율성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일단 환영의 뜻을 표명. 특히 앞으로 산업구조조정 업종전문화 등 현안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재계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
그러나 한편으로는 양 전 회장이 국제그룹의 재산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과거 5공시절 재계와 정계와의 유착관계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팽배. 특히 과거 정부와 재계와의 정치자금통로 역할을 했던 전경련으로서는 다시금 5공청문회의 악몽이 되살아나 재계 전체의 이미지에 또 한번 치명적인 타격이 오지 않을까 걱정.<김준형기자>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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