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애학생 특수교육 방치상태(고교 교육을 살리자:2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애학생 특수교육 방치상태(고교 교육을 살리자:23)

입력
1993.07.30 00:00
0 0

◎일반고에 「특별학급」설치 거의 없어/교사·교재등 태부족속 “겉치레 학습”/정부­지원 확충,학교­다양한 직업훈련 “절실”장애아들을 위한 특수교육은 우리 고교 교육에서 방치상태나 다름없다.

교육부에는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부서조차 없다. 보통 교육국 의무교육과 소속 연구관이 특수교육에 관한 업무를 혼자 도맡고 있다. 행정지원은 고사하고 실태파악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아동수는 전체 학령(5∼17세) 인구 9백70만명의 2.44%에 해당하는 22만9천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운동과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도 장애인이 4만3천여명,경도 장애인이 18만6천여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장애자녀를 둔 사실을 숨기는 부모들이 많아 실제 장애아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만큼 장애정도가 심한 중도장애자중 특수학교에 입학,특수교육의 혜택을 받고있는 학생수는 2만9백85명으로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나머지는 재활원 등에 수용돼 정식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부모의 무관심속에 방치돼 있다.

특수학교와 다른 형태의 특수교육으로는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들만으로 특수학급을 편성,운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현재 초·중·고교에 병설된 특수학급은 2천6백38개교(국교 2천41,중·고교 5백97)에 3천3백21학급(국교 2천6백62,중·고교 6백59) 2만8천2백10명(국교 2만3천76,중·고교 5천34명)이 편성돼 있다.

결국 장애아중 3분의 1만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등 특수교육 혜택을 받고 있을뿐 대다수 장애아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고교는 거의 없어 고교재학 나이의 장애아들은 정상적인 교육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들을 위한 특수학급은 서울 여의도고에 설치돼 있는 약시학급 3개반이 전부이다. 이 학급도 교재의 글자가 크고 교실의 조명을 보통교실보다 밝게 한 정도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나미 특구교육연구부장(44)은 『이같은 제도적 결함때문에 일반중학에서 교과과정을 마친 장애 학생들중 3분의 1은 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진다』며 『단기적인 효과만 노린 교육투자보다는 장애아들을 위해 고교특수학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학급 확충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가 있다. 우선 특수교육을 맡을만한 교사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특수학급의 적정학생수는 5명정도라고 말한다.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특수학급을 설치,운영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특수학급 담당교사중 70% 정도가 특수교사 자격증이 없는 일반교사들이다. 이들 일반교사들은 장애영역별 특수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므로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기도 저하돼 있는 상태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뒤 특수교육 현장에 첫발을 내딛는 교사 초년생들도 교육현장의 편견과 몰이해로 당초의 사명감과 의욕이 꺾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S 특수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K교사(27·여)는 『특수학생들은 오래 가르치다보면 교사도 장애인이 된다던데…』라며 백안시하는 일반교사들을 대할 때면 분노와 함께 당장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일어난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예산 고작 0.4%

행정·재정적 지원과 교육과 정면에서도 특수교육은 매우 열악하다.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에는 올 3월에야 겨우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장학관과 장학사가 배치됐다.

특수교육에 할당되는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0.44%로 다른 나라와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다.

교과과정도 장애영역별 교육내용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않아 담당교사들의 개인적인 노력과 봉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장애정도를 판별하는 공식적인 전문기관이 없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시·도교육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장애아동들의 장애정도를 면밀하게 판정,진학 및 취업을 알선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으나 우리는 일선 교사들이 외롭게 동분서주하며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77년에야 특수교육 진흥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80년대이후 특수교육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부터 교육계의 이론적 흐름은 한때 2가지로 구분됐었다.

다소 학습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정상아들과 함께 교육시켜야 한다는 견해와 교육효과를 고려,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됐다.

그러나 최근 세계의 특수교육 추세는 정도가 심한 장애아들만 특수학교에서 따로 교욱시키고 장애정도가 가벼운 학생들은 일반학교에서 정상학생들과 통합교육을 시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통합교육이 바람직스럽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도장애 학생들의 경우 사회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직업교육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애화학교의 김명희교사(41)는 『지금과 같은 대학입시 제도로는 듣기평가를 문자화하거나 수화로 시험을 치르게 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중도장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고 직업교육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수교사들은 중도장애아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길은 실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컴퓨터,수공예 등 전문직업교육을 다양하게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장애인 취업실태는 시각장애인 취업자중 77.8%가 안마 침술 역학 등 업종에 종사하고 10%만이 양재 재봉 공예 요리같은 기능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또 지체부자유자의 경우 58.7%가 단순기능직이나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어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직업교육이 절실한 형편이다.

현행 장애인 고용촉진법은 3백인이상 고용업체나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은 의무적으로 고용인원의 2%를 장애인으로 충원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장애인의 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각급학교의 장애인 입학 제한규정을 철폐하고 장애인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따라 의대 등 장애인의 입학기회 자체를 규제했던 일부 대학 학과의 문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개정안은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도장애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국대 특수교육 연구소장인 김승국교수(57)는 『특수유치원을 설립하고 고교에 특수학급을 확충하는 등 장애아들을 위한 의무교육 체제를 확립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한데 교육부 개정안은 이 점에서 기대에 못미친다』고 평가했다.

○잘못된법 시정을

서울 맹학교의 함응종교사(39)는 『시각장애학생 1백여명중 20여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지원했는데 정상학생보다 1.5배의 문제풀이 시간을 더 배당받았지만 경쟁하기에는 아직 무리』라며 『이같은 입시제도를 포함해 장애학생들에게 불평등한 교욱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보다 획기적인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결함보다 더욱 큰 벽은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일반의 그릇된 인식이다.

지난해 4월 특수학교인 동방아동복지회가 평택시 소사동에 교사를 새로 지으려 했지만 주민들이 『마을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아 학교의 신축을 허용할 수 없다』며 학교진입로를 막고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큰 애를 먹었다.

이같은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특수학교는 물론 장애복지관 재활원 등 각종 장애인 복지시설의 신축 및 증축이 지연되거나 아예 기존시설을 이전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숱한 교육현안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난 특수교육을 제자리에 세워놓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장애아에 대한 사회일반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교육비 무료… 국졸이상이면 입소가능

장애인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주는 장애인 직업훈련기관은 부족한 고교과정의 특수학교 시설을 보충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장애인들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다.

일산 직업훈련원,국립재활원,삼육재활원 등 이들 장애인 직업훈련원은 국고 보조를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비는 무료며 기숙사비와 식비만 피교육자가 부담하면 된다.

이들 훈련원은 모두 매년 2월 일단 원서접수후 지원자의 교육·훈련 수용능력을 개별상담을 통해 측정한뒤 입소자를 선발한다.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 직업훈련원은 개설된 7개공과중 정밀기계·사무자동화 등 일부 공과는 중졸이상의 학력자여야 하며 나머지 공과는 국졸이상 학력이며 지원할 수 있다. 기숙사비는 월 4만원.

보사부 소속기관인 국립재활원은 지치장애인을 대상으로 7개 공과를 운영중인데 사진식자 분야에는 뇌성마비 지체장애인이 지원할 수 없다. 기숙사비는 월 3만원.

노동부인정 장애인 직업훈련원인 삼육재활원은 4개공과에 1백20명을 모집하며 기숙사비는 월 7만8천원이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이원락·김현수·장인철·여동은·현상엽기자(사회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