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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어설픈 화폐개혁」/보혁대치속 옐친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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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어설픈 화폐개혁」/보혁대치속 옐친에 치명타

입력
199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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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책 없어 혼란… 국민 정부불신 고조/루블권 재편… 몰도바등 독자통화 선택러시아 중앙은행이 26일 0시를 기해 단행한 화폐개혁은 장기적으론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시기상으로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독립국가연합(CIS) 출범이후 일부 공화국이 독자화폐를 도입함에 따라 막대한 양의 구 소련 화폐가 유입돼 인플레가 가중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각 공화국은 독자화폐 도입을 모색하면서도 각기 중앙은행을 통해 CIS내 기업간 거래때 무제한적인 루블화 신용대부를 허용함으로써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를 추가 발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했다.

중앙아시아 회교공화국들의 경우 이처럼 이중적 통화정책을 추진해온데다 최근 인근 회교권 국가들과 공동 경제블록까지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렸다.

러시아는 이에따라 우크라이나 벨로루시와 함께 범슬라브 경제동맹체를 구축키로 하고 중앙아시아 각국이 루블권에 잔류하든지 이탈하든지를 선택하도록 한바 있다.

결국 이번 조치로 구 소련의 루블권이 분명하게 재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카자흐와 우즈베크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으나 아르메니아,몰도바,투르크멘,아제르바이잔 등도 독자화폐를 발행키로 했다.

하지만 루블권의 재편과 인플레 억제를 목표로 했던 이번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서방 금융전문가들은 러시아와 각 공화국간에 금융통화 등에 관한 확실한 조약을 한뒤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게 바람직했다고 분석했다.

또 인플레 유발의 주범은 각 공화국의 루블화 유입보다는 국영기업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 등 무분별한 신용대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화폐개혁의 가장 큰 실책은 무엇보다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상실이다.

보수파와 개혁파가 첨예하게 대결하는 상황에서 국민여론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인데 아무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옐친은 26일 중앙은행의 화폐개혁을 보완하는 조치를 즉각 발표했다.

구 화폐의 교환시한을 8월7일에서 8월말까지로 연장하고 개인당 교환액수도 3만5천루블에서 10만루블(약 1백달러)로 늘렸다. 옐친 대통령의 발표로 금융공황사태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옐친의 측근인 안드레이 네차예프 전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옐친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개입됐다』며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의외로 약화되자 보수파와 개혁파는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하고 있다. 옐친 진영의 보리스 표도로프 재무장관은 『재무부는 통화개혁조치에 관여한바 없다』며 전면 백지화를 들고 나왔다. 보수진영의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를 해임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결국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결로 국민들만 큰 피해를 본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지적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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