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정보공개… 최상의 홍보” 실천/큰흐름 좇아 대통령 의중 정확히 전달/「내 이웃같이 열린 청와대」 만들기 앞장최근들어 청와대 조찬이나 오찬모습이 바뀌었다. TV 뉴스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방에서 참석자들과 차나 주스를 마시며 접견을 마친후 오찬장으로 옮겨가는 길이다.
그전에는 달랐다. 참석자들이 미리 오찬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김 대통령이 도착해 돌아가며 악수를 나누었다.
어쩐지 딱딱하게 보이던 것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바뀐 것이다.
이 변화는 공보수석실 작품으로 알려졌다. 상당기간 의전과 경호쪽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경재 공보수석이 항상 생각하는 것은 이처럼 「국민과 가까이 있는 대통령,이웃집같은 청와대」이다.
이 수석은 청와대 비서실내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김 대통령의 조찬 오찬 만찬중 80% 이상은 배석해야 한다. 아마도 청와대안에서 칼국수나 설렁탕을 대통령 다음으로 많이 먹었을 것이다. 그나마 언론브리핑을 위해 오고 가는 대화내용을 빼놓지 않고 받아 적으려다보니 제대로 식사가 될리도 없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읽는 사람들중 하나다. 긴급사안과 관련,기자들의 즉석 논평요구에 밝힌 「청와대 입장」이 대통령의 나중방침이나 지시와 크게 빗나가는 적이 없다.
새정부 출범 5개월째를 지내면서 주위에서 『대통령이 한 말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려니 얼마나 어렵고 곤혹스러울 때가 많겠느냐』고 물을 때가 있다.
이에 대한 이 수석의 대답은 간단하다. 고객이 좋다고 믿는 상품을 선전하는 일이 어려울리가 없고 오히려 신나고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인물」과 「정책」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이다.
이 수석이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읽고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역사관이 같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주 국사편찬 위원들을 만났을 때 『역사는 마땅히 흘러야 할 방향으로 흐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수석도 비슷한 얘기를 자주 한다.
『강물이 흐르다 바위에 부딪쳐 소용돌이가 일고 거품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높은데서 보아도 강물은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시적 현상을 보고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는 김 대통령이 후보가 된 후에도 「노심」 등과 관련해 여러 얘기들이 나돌았을 때 주위에 이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가 큰 흐름을 좇는 판단력이 정확한 것도 이런 소신 때문일 것이다.
이 수석의 홍보관은 『정직한 홍보가 최상의 홍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기자들에게 웬만하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알린다. 김 대통령이 말하는 투명성이다.
익명요구나 오프(미보도)를 전제한 배경설명이 아주 구체적이고 충실하다. 그러다보니 『정도 이상으로 알린다』는 불평이 청와대안에서 없었던게 아니고 문제도 있었다. 기자출신이라서 『이것이면 기사가 되겠다』하는 「의도」가 엿보일 때도 있는게 사실이다.
한번은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내용이 너무 자세히 알려진다고 일부 수석이 항의,묘한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알리는게 더 이득』이라는 그의 뜻에 다른 수석들도 동감한다.
이 수석은 청와대 분위기가 경화돼서는 안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대통령 앞에서 「예스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 자신이 소탈하기도 하지만 그는 대통령 앞에서 우스개말로 분위기를 바꿀줄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해직기자 출신이다. 그 경험과 그때부터 독실한 크리스천이 된 때문인듯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 불같던 성격이 인내하고 갈무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얼마전부터 김 대통령의 일정이 대폭 줄었다. 그래서 이제 그도 대변인역과 함께 대통령의 공보참모로서 할 일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때가 온 것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