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해결없인 분쟁가능성 상존/북체제 개방 외부지원 바람직/북 무기체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동족의 가슴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6·25전쟁이 27일로 휴전 40주년을 맞았다. 이 기간동안 구 소련의 붕괴와 한러,한중 수교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크게 변했다. 미국과 일본 한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 휴전 40년의 의미를 점검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김동성 중앙대 교수=40년전 휴전서명자는 북한과 유엔군이다. 이승만대통령이 휴전에 반대하며 협정조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다. 휴전협정은 당시의 무력충돌을 종식시킨다는 군사조약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 협정에 따라 지금까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며 전쟁억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북한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자고 하는 것은 정치·외교적 문제로 전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휴전협정은 법적으로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나는 당시 태평양의 마리아나 군도의 미 중앙정보국 특수훈련 부서에서 한국특수부대 교육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한반도를 20% 정도 차지한 상황에서 한국전을 끝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휴전은 당사자인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립됐기 때문에 불완전한 조치였다고 여겨진다.
때문에 휴전협정은 북한의 핵개발 의혹해소 등 몇가지 전제조건하에서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91년말에 채택된 남북 기본합의서 제5조의 정신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미·북한간 정치적 관계개선이 이뤄지면 자동적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효과를 낳게 된다. 문제는 법적장치가 궁극적 평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 보다는 남북한간의 신뢰구축과 공존에 대한 남북한간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오코노기 일 게이오대 교수=동감이다. 남북한 공존이 실현되고 미·북한,일·북한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반도문제는 유엔의 직접 간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유엔을 당사자로 하는 휴전협정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제의는 저변에 미·한,미·북한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김=덧붙여 신국제정세하에서도 한반도에서 제한적 무력분쟁 가능성은 아직도 존재한다. 북한의 소수권력집단에 의한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편향성,비예측성,폐쇄성과 북한의 화생살상무기체계와 미사일을 포함한 공격 무기보유 실태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레그=냉전의 종식으로 세계적 전쟁의 공포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역분쟁의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이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오코노기=캄보디아 분쟁에서 보듯 냉전종식이후 대국간의 무력분쟁은 없어졌지만 국지분쟁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러면에서 한반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무력개입 등 국제적 제재를 초래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북한의 체제붕괴에 따른 무력행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북한은 휴전 40주년을 맞는 지금 체제의 보존이 최대 과제이다. 개발중인 핵무기도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때문에 북한이 대남전략을 수정하느냐의 문제도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사항은 체제붕괴에 따른 돌발적인 무력행사 가능성이다.
▲그레그=다른 측면도 있다. 북한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해 그들의 한반도 적화 야욕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기전까지는 지난 40여년간 키워온 대남적화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상황을 살펴볼 때 적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대립이 아직도 첨예하다. 그 결론은 오래지 않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남북한간의 협상보다 미국과의 협상이 수월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북한간의 관계개선 진전여부에 상관없이 대미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면 북한은 적화통일의 환상을 계속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미국은 핵개발 문제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에서 북한이 이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레그=미국의 대북한 협상자세는 분명하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한반도 대치상태가 완화되는 가운데 남북한간의 대화를 통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북한 관계개선 문제는 현 단계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고 더 두고 보아야할 것이다.
▲오코노기=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단념하면 미·북한관계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북한은 소국에 불과해 국제사회는 북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북한의 경제재건에 계속 협력해 북한체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미·북한,일·북한 관계가 진전되면 냉전후의 새로운 체제인 남북한,미,일,중,러시아의 「투플러스 포」(2+4) 형성이 촉진될 것이다.
▲그레그=그같은 가능성이 김일성 사망후에도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휴전이후 40년간 북한은 극도의 폐쇄사회였다. 김일성 사망후 북한체제의 향방을 가늠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김=지난 40년간 김일성은 한국전쟁의 유산을 체제유지에 이용해왔다. 전쟁을 계급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본 북한은 전쟁기간중 북한내 사회계급을 일원화시켜 건전한 시민사회의 역량형성을 억누를 수 있었고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정치적으로 활용,제왕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자체 사회모순을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혁개방정책이 불가피한데 그럴 경우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권력체계는 서서히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레그=오히려 김일성이 생존해있을 때 북한의 개방이 어느정도 이뤄져야 바람직하다. 소위 안정된 체제하에서 국제사회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체의 참여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의 핵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다.
▲오코노기=북한이 아·태 안보기구에 참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빨리 그러한 국제기구에 참가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럴 경우 한반도문제는 거의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안보협력기구 구상 자체가 형성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의 안보기구든간에 북한을 그 속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북한은 우선 폐쇄됐던 우리로부터 나와야 한다.
▲오코노기=남북한의 통일을 일본내에서 꺼려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난센스다.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들어서더라도 핵무기나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한 일본이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켜 줄 것이다. 일본이 우려하는 것은 통일독일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경제적 혼란이고 전유럽이 독일통일에 따른 경제적 후유증에 시달리듯 일본도 그러한 가능성을 우려한다.
▲김=일본에는 극우적인 주장이 있고 극좌적인 주장도 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남북한이 외세에 의존해 통일을 미루려고 할 때나 계속 대립해 갈등이 중폭될 때 국민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집단이기주의로 빠질 경우에는 일본이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을 평화통일을 위한 협력자로 묶어두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오코노기=일본은 남북한 의지와 상관없이 통일협력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이 53년에 휴전이 아니고 큰일을 이뤘더라면 통일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이점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냉전체제하에서 이뤄진 통일인 만큼 남북 어느 쪽이 통일했더라도 군사적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70년대 데탕트 물결을 타고 주변국들과 전방위적으로 관계를 개선,중립노선을 확보할 수 있었고 남북한간 이질감을 최소화시켰을 것이다.
▲그레그=그렇지 않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했다면 호전적인 공산세력이 동북아의 위협세력으로 등장하고 일본이 40여년간 번영의 길을 걷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도 재무장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유엔에 의해 통일된 경우는 정반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코노기=물론이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현재도 남북한 통일이 어려운 것은 북한이 특이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북한 통일을 위해서는 한국에 문민정부가 들어서듯 북한체제도 변화해야 한다. 북한체제가 변화하려면 북한내 시민계층이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휴전 40주년을 맞는 현 단계에서 국제사회가 할 일은 북한이 개방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정리=이진희기자>정리=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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