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알맞은 결단이다. 부정부패의 척결을 3대 국정의 하나로 내세우고 5년동안 사정운동을 계속 전개하겠다고 천명한 김영삼대통령의 신정부로서는 적절한 자정조치의 하나라고도 하겠다. 상공자원부가 연간 징수액 4백50억원에 이르는 무역진흥 특별회계(무역특계)를 오는 97년말에 폐지하고 대신 자금조성과 운영목적 등 면모를 완전히 쇄신한 무역진흥기금을 설치,운용키로 한 것이다.무역특계는 수출진흥활동을 민간차원에서 지원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68년 12월 한국무협 임시총회의 결의에 따라 설치됐었다. 처음에는 수입금액에 대해 1%씩을 징수하다가 수입금액이 늘어남에 따라 징수율을 인하,현재는 0.1%까지 낮추어졌다. 무역특계 자금이 이렇게 준조세처럼 징수되어 온 것은 상공자원부가 대외무역 관리규정에 수입승인시 수입액의 일정비율을 수입부담금으로 납부토록 규정한데 근거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성된 자금은 모두 5천8백억원(93년 징수예상액 포함)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해외시장 개척사업,해외통상 협력사업,무역관련 정보화사업 등 무역진흥 관련사업에 사용돼왔다. 그러나 「무역진흥」이라는 용도 그 자체가 광의로 해석되어 방만하게 운영돼온 폐단도 없지 않았다. 한때는 무역진흥공사(KOTRA)의 인건비가 무역특계자금에서 지출됐고 91년 외유사건에 연루,사법처리된 국회 상공분과위 소속 의원 3명의 외유자금도 이 특계자금에서 나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역특계자금의 상당액이 무역협회의 부동산 취득이나 이자 변제 등 협의의 무역진흥 목적이외 용도에 사용돼왔다.
무역협회는 당초 30층으로 계획됐던 무역센터를 58층으로 확대,여기에 소요된 총자금 2천40억중 1천3백19억원을 무역특계자금으로 충당했다.
또한 90년에는 특계자금 5백40억원중 약 절반에 가까운 2백25억원이 차입금 상환에 지출됐다. 하여간 무역협회의 서울무역센터 및 홍콩·뉴욕·브뤼셀 코리아센터 등 국내외 부동산과 고려무역,한무개발(인터콘티넨탈호텔),한무쇼핑(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한국종합전시장,도심항공터미널,코리아 헤럴드,내외경제,무역통신 등의 보유주식 등 총 보유자산 투자액은 3천2백96억원에 이르며,이중 58%에 상당하는 1천9백18억원이 무역특계자금으로 투자된 것이다.
무협의 보유자산 평가액은 6월말 현재 공시지가 기준으로 약 1조7천3백1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가·이익이야 어떻든간에 부동산투자는 무역특계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상공부는 신설되는 「무역진흥기금」을 ▲특계가 97년 폐지될 때까지 조성되는 순징수금 5백44억원 ▲무협의 자산매각대금 2천5백억원 등 약 3천억원 규모로 조성하고,여기서 나오는 이자수입(약 3백억원) 등으로 해외시장 개척,무역업무 자동화사업 등 순수한 무역진흥사업만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징수나 지출용도가 불분명한 다른 준조세들도 이제는 정리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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