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작업 성공한 모델”/“북 핵문제 성숙한 자세로 접근/한·미 집단안보체제 구축해야”/“과거청산 기강위해 중요/군부엔 새역할 부과필요”미 아메리칸대 국제관계대학장 루이스 굿맨 교수(51)은 이른바 지한파 학자는 아니다. 그는 6월 고려대와 아메리칸대와의 교환연구계획 설립 때문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을 계기로 한국과 오늘을 인식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민간과 군부와의 관계 등 남미의 개혁정책에 대한 연구 권위자인 그는 한국에서 벌이지고 있는 일련의 민주개혁 과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이를 학문적 연구과제로 설정,논문을 쓰고 있다. 『개혁성패의 관건은 결국 지속성 여부이며 오늘의 한국상황은 진정한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용기있는 시작』이라고 평가한 굿맨 교수를 만나 전세계적 개혁물결과 한국의 좌표를 점검해 보았다. 다음은 굿맨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최근 한국방문 이후 한국 신정부의 개혁정책 추진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와 관련된 연구에 몰두중이라고 들었는데.
▲지난 방한기간중 한국의 정·관·학계 인사들과 널리 접촉하고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던 한국의 민주개혁 현장을 목격하면서 사회과학도로서 큰 감명을 받았다. 오랜기간 남미의 개혁정책을 연구해온 나로서는 사회전반에 걸친 한국정부의 개혁추진이 실로 역동적임을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어떤 특정한 국가의 개혁정책이 모두 학문적 관심을 끄는 모델이 될순 없겠으나 김영삼대통령 취임이후 한국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개혁작업은 일단 성공한 모델임에 틀림없다.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여타 국가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가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남미제국의 민주화 과정은 한국에도 교훈이 되리라고 보는데 민주개혁 성패의 열쇠는 결국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의 개혁정책이 성공적으로 보이는 이유중 하나는 빠른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기반이 그만큼 단단히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민주화는 어디까지나 준비단계가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일찍부터 세계경제와의 연계에 성공함으로써 이를 통해 정치개혁의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
남미제국의 경우 그들 국가의 고립된 경제체제로 말미암아 개혁추진의 실패를 거듭 맛봐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보다 정치제도화를 통한 개혁작업의 지속적인 추진이야말로 성패를 가늠하는 열쇠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책임감있는 정책수행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체제에서는 정부의 관심이 정책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써야 한다.
개혁과정에 있어 과거 청산은 불가피한 단계인가.
▲과거 청산문제는 한국의 개혁과정에서만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남미는 물론 과거 미국 유럽에서도 비슷한 경험들을 갖고 있다. 이는 개혁도상의 과거청산이 반드시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화와 개혁은 그 나라의 국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 김영삼대통령의 신정부는 상당한 용기와 함께 정치기술을 바탕으로 개혁작업을 수행하는 것 같다. 지도자의 용기와 정치력은 민간정부의 개혁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엘살바도르의 경우도 최근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군부의 숙청이 이루어진바 있고 게릴라와 군부가 결탁했다해서 군장성이 체포된 일이 있다. 국가의 기강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와달리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인권침해사례 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해 조사를 하고도 이에 따른 확실한 정부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통성이 결여된 것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었고 정치개혁 자체도 차질을 빚게 된게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통령의 결단은 한국민주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연하지만 민주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하나의 긴 과정인 만큼 이를 위해 개혁의 계속적인 추진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만일 문민세력과 군부 수구세력간의 갈등이 개혁이 장애로 등장할 경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우선 민간·군부세력간의 역할분담(MISSION SHARING) 개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민간주도형의 정치제도가 우선순위이지만 이 과정에서 군부을 무조건 소외시켜서는 안된다. 군부의 역할을 그 나름대로 확인시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군부는 국토방위는 물론 재해대책의 중추적 기능과 역할을 맡아야 한다. 최근 새로이 부과되고 있는 국제평화유지군의 기능 등 새로운 책임과 역할도 그들의 몫이다. 과거 여러나라에서 무기구입 등과 관련한 군부의 부패상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도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군부를 본래의 실질적 역할에 충실해진다면 이런 일은 그만큼 발생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요컨대 민간정부는 군부에 재정확보는 물론 그 나름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문성과 독자성이 강한 군대일수록 강한 군사력을 발휘해왔다. 그러한 고유역할이 타세력에 의해 도전받았을 때 군부는 본래 임무를 잃어버리게 돼 문민통제가 안되는 것이다. 나치가 그랬고 일본의 군국주의가 그랬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 정부가 해온 대응자세를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문제는 남북간의 문제를 넘어 국제적 문제인 만큼 그간의 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해왔다. 최근 미·북한간 뉴욕과 제네바회담 결과는 북한의 위치를 NPT 탈퇴이전의 원점으로 되돌려놓은 것외에 아직 결정적 소득은 없어 보인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간의 성숙한 협력과 노력의 분담이 요구된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야 하고 한국정부도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상호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북한을 극한 고립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은 결국 핵위협이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어디까지나 성숙한 접근이 요망되는 것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최근 한국방문은 그 자체로서 북한에 대해 강한 억제적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이어 개최된 제네바회담에서 북한측의 태도가 유연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한미관계의 발전도식에 대한 견해는.
▲21세기를 향한 양국관계는 더이상 안보와 경제라는 이중고리에만 집착해선 안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 엄존하는 한 양국간 안보협력관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도 사실상 냉전체제 붕괴이후 고립된 상황에서 나타나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행태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한미간 안보협력의 기본정책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양국은 집단안보체제의 발전을 위해 상호노력해야 하며 과거 종속적 혹은 일방적 보호차원의 관계에서 동등한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환경,사회복지,문화,교육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쌍무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단계 높이고 이른바 신한국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워싱턴=정진석기자>워싱턴=정진석기자>
□약력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전 예일대 교수
▲전 미국 국제관계학회 회장
▲전 멕시코 대통령 특별보좌관
▲우드로 윌슨센터 프로그램 디렉터
▲저서:「군부와 민주주의」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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