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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분석(투자 왜 안하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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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분석(투자 왜 안하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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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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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없고 기술부족 “구조적 위축”/「특혜」 메리트도 사라져 수익저하전경련 긴급 회장단 회의가 열렸던 6월8일­. 정부가 신경제에 대한 재계의 동참의지가 약하다고 직간접적으로 질책한 직후 열린 이날 회의에서 회장단은 이례적인 결의를 했다. 30대그룹 이름으로 투자를 전년대비 20.6% 늘리고 이미 계획한 투자는 조기에 집행키로 결의한 것이다.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투자를 결의한다는 것 자체가 명색이 자본주의라는 나라에 서 있기 어려운 희극적인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 경제의 투자위축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 그런 결의가 있은 이후 한달하고도 보름여가 더 지난 지금까지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살아났다는 이렇다할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30대그룹이 올해중 투자키로 한 시설 및 연구개발투자는 15조4천7백52억원이지만 상반기동안 집행된 것은 전체의 40% 가량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일부 그룹의 경우 이 기간동안 올해 계획대비 30%만 집행했다. 그나마 자동화나 시설개체 등 보완투자가 투자의 대부분이고 신규투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해중 2조5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현대그룹은 지난 상반기동안 1조1천억원 가량을 집행했다. 엔진공장과 반도체 신규시설,조선 및 터빈사업,기계 석유화학분야 등이 중점 투자대상이었으나 상반기동안 집행한 것은 자동차 엔진공장과 전자부문 등 지난해부터 지속해온 사업이 전부다. 대우그룹의 상반기중 투자는 대부분 해외부문에 집중돼 있다. 우즈베크 국민차 공장과 베트남 브라운관 공장,러시아 전차공장,중동 자원개발 등이다. 삼성이나 선경,기아 등 대부분 그룹들은 투자를 더 늘리거나 조기집행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까지 신규투자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왜 이런 것일까.

쌍용경제연구소 오동휘소장은 기업들이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고 신규투자에 나설만한 기술적인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신규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줄일만한 기술력이 없다. 앞으로 개방이 확대되고 자율적 경쟁체제가 강화될수록 기술없이는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 과거와 같은 큰폭의 투자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오 소장은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투자수익률이 높았다. 신규투자에 대해 정부가 판로를 확보해줬고 지속적인 땅값 상승도 투자위험성을 줄여 주었다. 그동안의 시설투자만으로도 포만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 시장이 질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 큰 원인이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의 투자분위기 위축은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투자수익률이 낮아졌으며 ▲기술경쟁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인허가상의 특혜나 독과점적인 이익,세제·금융지원,투자에 부수되는 땅투기의 효과 등등 후진국적인 투자메리트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는 상황속에서 기업들이 순전히 투자 자체의 성공(예를 들어 기술적 승부나 시장쟁탈전에서의 승리)에 의존해야 하는 선진국형 투자는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방식이 아닌 새로운,현대적이고 선진적인 방식의 투자를 아직 엄두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이종재기자>

◎재무구조 취약도 냉각원인

자금도 문제다. 정부가 설비투자 촉진을 위한 자금은 풀고 있으나 기업들은 신규투자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운전자금이 계속 공급될 수 있겠느냐를 걱정하고 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원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적절한 차입환경이나 조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더욱 실감있게 느끼고 있는 투자분위기 냉각의 원인은 심리적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새정부 출범이후 정부가 한폭으로는 규제완화를 내걸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강력한 관주도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규제완화는 아직 일선 현장에 파급되지 않아 일선 공무원들은 「안받고 일 안한다」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산업금융정책들은 하나같이 기존 관행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우리 경제를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특히 산업정책 재벌정책에 대해 불투명한 점이 많다는 것이 재계의 견해다.

『생산원가를 낮추고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이외의 신규투자는 가급적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는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소장의 맡은 기업 현장의 냉각된 투자분위기를 잘 반영해주는 말이다. 재계는 정부가 개방된 시장상황에 걸맞게 기업의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정립시켜주고 규제완화를 일선 현장에까지 파급시키며 예측가능한 틀속에서의 사정활동을 해주도록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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