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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이라는 대결」 40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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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이라는 대결」 40년(사설)

입력
199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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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후 최대의 전쟁이 이 땅에서 멎은지도 벌써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동족상잔의 3년여의 비극끝에 맺은 휴전 40돌을 우리는 내일 맞는 것이다.우리는 그것을 「벌써 40년」이라는 느낌으로 맞게 된다. 그로부터 한결같이 전쟁과 다름없는 대결과 긴장속에 1년을 보내고 10년을 보내는 사이에 40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의 휴전에 대한 기억은 40년이라는 유별난 숫자도 그렇지만,주변상황의 변화가 우리에게 유별난 감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련은 지도위에서 사라졌고,한반도의 분단을 가져왔던 냉전은 이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우리에게 유별난 감회를 강요하는 것은 그러나 주변상황의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분단과 대결구도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40년이라는 세월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세계가 평화와 번영의 구축을 위해 뛰고 있는 지금 우리는 휴전선 저편의 「핵문제」와 팽팽한 대결을 하고 있다. 북의 핵은 40년동안 휴전선 저편을 지배해온 체제의 산물이요 귀결점이다.

북의 경제적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굳이 되풀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위기상황속에서도 막대한 군사비를 쏟아 붓는 김일성주의체제가 근본적인 문제다. 러시아 경제연구소의 추산에 의한다면 북은 1인당 국민소득 8백달러 가운데 2백달러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

2천2백만 인구(추정)로 1백만이 넘는 군대를 묶어놓고,산업가동률은 40∼50%인데도 핵개발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수출하고 있다.

북은 「주체」의 간판밑에 위기와 대결을 재생산하는 바탕위에서 체제를 유지하는 군사국가로 굳어져왔다. 그들은 이 강산을 피로 물들인 동족상잔의 범죄를 저지른 끝에,이제는 핵의 불장난을 하고 있다.

냉전의 끝장과 함께 통일을 내다보는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북에 군사국가 체제가 군림한다면 주변 여건의 변화와 상관없이 대결의 청산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인 통일에의 이니셔티브를 위해 우리 자신의 민주화와 사회적 마찰의 해소,그리고 경제의 회복이 중요하다. 민족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우리의 정치·경제적 역량이 그 바탕이 될 수 밖에 없고,또 그래야 될 것이다.

휴전 40년의 교훈은 냉전과 대결이 필연적으로 해체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북의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휴전」이라는 이름의 포성없는 대결이 끝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의 군사국가체제가 평화와 민주화의 방향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포성없는 대결은 명색에 어울리는 휴전이 될 것이다. 또 그래서 의미있는 통일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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