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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잃은 민자특위… 개혁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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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잃은 민자특위… 개혁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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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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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혼선 파동이후 휴업상태/“당 목소리 안먹힌다” 활동위축요즘 민자당 회의실은 비어있는 때가 많다. 중회의실이건 소회의실이건 하루종일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활발하게 가동되던 당 사회개혁특위의 7개 소위가 사실상 휴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에 하루평균 4∼5회씩 열리던 소위가 7월 들어선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특위의 총괄간사인 강삼재 제2정책조정실장도 기자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달전까지만해도 거의 매일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던 강 실장의 발걸음이 뚝 끊어진지 오래다. 6월초 특위가 출범할 당시만해도,기세등등하던 소위의 의원들은 의욕마저 잃은 분위기다.

텅빈 회의실,소위활동의 휴면은 휴가로 주인없는 당직자실과 맞물려 하한정국을 실감케하고 있다.

특위의 관계자들은 『임시국회(7월2∼13일) 예결위 활동 등으로 일시 소위활동이 정지될 수 밖에 없었다』며 불가피함을 강조한다. 실제 예결위원중 일부가 특위에 속해있기 때문에,예결위 당정협의나 현지 실시(23∼24일)가 이뤄지는 동안 특위활동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특위측은 또 26일 당 전문위원 회의를 열어 소위일정을 새로 잡는 등 활동을 재개한다며 『사회개혁특위의 활력은 여전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입장이자 외양일 뿐이다. 이면을 들추면,지치고 자신없는 실상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교육소위의 한 의원은 『특위는 휴식하고 있는게 아니라 사실상 종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의 역할이나 영향력이 먹혀들지 않는 현실에서 의욕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부연설명했다.

다른 소위의 의원들도 대체로 이같은 현실을 수긍하고 있다. 그래서 개혁입법에 매달리기보다는 예결위에 더 치중하고 있다. 예결위의 현지실사를 다녀온 한 의원은 『활력을 잃은 사회개혁특위보다는 지역사업이라도 도울 수 있는 예산심의가 더 구미를 당기게 한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특위가 이처럼 주춤거리기 시작한 시점은 6월말 정책혼선 파동 때이다. 정책혼선 파동은 전쟁기념관 개편안 등 특위의 「야심작」이 잇따라 청와대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김종필대표가 『당정협의없이 정책을 발표말라』고 질책했던 사건. 이후 특위는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못했고,7월초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아예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같은 특위의 위축현상은 특위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충분한 준비없이 설익은 개혁정책을 내놓았다가 숱한 허점을 드러낸 일이라든지,소수인원으로 방대한 문제를 다뤄 내실을 기하지 못한 점 등이 자충수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특위측은 자체 실수보다는 전반적인 기류에서 위축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일부 정책의 혼선이나 발표상 미비점은 곧 시정됐으나,이를 계기로 나타난 이상현상은 특위의 활동기반을 서서히 침식해버렸다는 주장이다.

정책혼선 파동후 나타난 대표적인 이상현상은 정부부처들의 태도변화였다. 그 이전까지만해도 자료제공·사전협의에서 저자세였던 부처들이 전문성을 내세우며 이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당의 한 정책관계자는 이를 「관료들의 의도적 반격」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토초세 문제와 관련,재무부 국세청 등이 민자당의 시행령 개정의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같으면 당정협의에서 할 얘기를 먼저 언론에다 흘리는 식으로 역공세를 취한다』는 불쾌감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런 당정관계의 변화는 특위의 운신을 제약했다. 관료들의 전문성을 조력받으면서도,정책발표라는 「포장」은 자기 몫으로 가졌던 당 우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때문에 특위 내부에서는 『차라리 실수나 말자』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치흐름의 변화도 특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민주계 독주의 정국운영,사정정국이 일정한 문제점을 노정하면서 계파간 화합이나 사회안정 등이 보다 부각되자,특위의 속보나 수보로 바뀌게 됐다. 개혁성에 치중하던 특위활동이 형평성·안정성·휴유증이라는 현실 논리앞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러한 특위의 위축은 역으로 개혁정치의 소극화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활발하게 나오던 각종 개혁정책이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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